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통사와 정부 당국이 이번 주 중 새로운 보조금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20일 복수의 업계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유무선 결합 상품’을 이용해 보조금 지급을 늘리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는 가입하는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휴대폰 보조금이 지급되는 형태이지만 새로 출시될 요금제는 유선상품과 결합할 경우 추가 지원금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을 눈속임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유·무선 결합 상품은 지난 1일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통사들이 이미 제공하던 것으로 무선 가입자가 해당 통신사의 인터넷이나 IPTV를 사용할 경우 ‘결합할인’이란 형태로 가격을 깎아 줬었다.
만약 통신사 관계자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이미 있는 제도를 단통법 시행으로 없앴다가 정부와 통신사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마치 새로운 요금제인 것처럼 들고 나오는 셈이다.
또한 유·무선 결합요금제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까지 예상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지금도 요금제로 인해 상당수 휴대폰 가입자들은 최소 2년 이상 노예계약에 묶여 있다.
여기에 유선까지 일정기간 약정해야 할인이 적용되거나 상향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인터넷 설치, IPTV의 가입 및 해지 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물론 사용자를 한 번 더 묶어두는 2중의 노예계약을 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동통신 노예계약에 묶이고 유·무선 결합으로 또 한 번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통신사들의 노예가 되거나 아니면 위약금과 보조금을 토해내고 자유를 얻는 방법밖에 없다.
한편 이러한 정부와 통신사의 정책을 어떤 방법으로 알았는지 신촌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는 “추가 할인 20만원”이라는 간판이 오늘(20일)부터 내걸리기 시작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은 15만원, 초고속인터넷과 집 전화 혹은 IPTV 가입에는 19만원, 초고속인터넷에 집 전화 그리고 IPTV까지 가입할 경우 최고 22만원까지 경품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현재 보조금 상한액 30만원에 초고속인터넷, 집 전화, IPTV 등의 유선상품을 결합해 가입하는 경우에 한해 경품 허용 금액만큼 추가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이러한 보조금 정책은 한마디로 꼼수에 불과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복수의 계약에 옭아맴으로써 통신사들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원래 있던 것을 없애 놓고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보조금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미래창조과학부와 단말기 제조업체, 그리고 이통사 눈에는 소비자가 원숭이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싸게 팔겠다는 것을 싸게 팔지 못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땜질식 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관련 정부기관의 행태가 한심스럽다”며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와 통신요금 폭리를 정부에서 조장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