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등 감리하고도 회계분식 못 걸러내
금융감독원 기업 회계감리 시스템의 있으나마나 한 존재감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맞았다.
효성, 한솔제지, 삼우이엠씨 등 기업들에 대해 금감원이 직접 회계감리를 수행하고도 분식회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점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업 회계감리 시스템의 허술함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4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기간에 효성, 한솔제지, 삼우이엠씨, 희훈 디앤지 등 8개 기업에 대해 직접 회계감리를 수행한 뒤 법규위반 가능성이 없다며 종결 처리를 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추후 세무조사, 검찰조사 등을 통해 회계분식 사실이 드러나 금감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효성의 경우 지난 2005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재고자산 및 유형자산을 허위로 계상해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많게는 3502억원에서 적게는 215억원까지 매년 회계분식을 해 총 1조3000억원의 회계분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서 2007년에 1차 회계감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2013년 국세청이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탈세 등 회계분식을 확인하자 부랴부랴 2차 감리를 실시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솔제지의 경우 2003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자금운용을 의뢰받은 자가 회사 소유의 국민주택채권을 임의로 처분하고 선물투자 등으로 사용했는데 회사는 이를 매도 가능증권으로 과대계상해 회계분식을 일으켰다.
금감원이 한솔제지에 대한 회계감리를 실시한 것은 2006년도였으나 이 같은 사실을 전혀 감지못했으며, 2011년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후에야 2차 감리에 착수했다.
삼우이엠씨는 2005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공사 진행율을 조작해 매출채권, 공사선수금 등을 과대·과소 계상하면서 분식을 일으켰으나 금감원은 2006년에 감리를 나가고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결국 금감원은 2010년 연말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이러한 사실을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이밖에도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장부 조작(희훈디앤지), 직원이 횡령한 90억3200만원을 손실로 반영하지 않고 장, 당기 금융상품 등으로 인식해 5년간 자산 및 자기자본 과대계상(인성정보), 하청업체와 유형자산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자산양도대금을 매각대금이 아닌 임대수익으로 분류해 과소 계상(파캔오피씨),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나 이미 매출을 인식한 공사의 원가를 신규 공사로 대체하고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의 예정원가 과소 산정(신텍) 등 다양한 분식회계 수법에 영락없이 조롱을 당했다.
금감원도 할 말은 있다!
금감원도 이에 대해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나 국세청은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이 가능하지만 금감원의 경우 회사에서 제출하는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기업들이 작심을 하고 증거자료를 고의적으로 은폐·조작할 경우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곤란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는 우리 자본시장 발전의 전제조건이고, 그 전제조건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바로 금감원이다"며 "금감원이 감리를 하고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금감원의 '기업이 분식을 계속하고 있어서 분식인지 몰랐고 조작된 증거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는 해명은 그야말로 금감원의 회계감리시스템이 무용지물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금감원 스스로 존재 이유가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013년도 기준으로 금감원은 상장회사 1706개 중 56개를 감리하고, 공인회계사회에서는 비상장 회사 1만9322개 중 256개에 대해 감리를 실시해 상장사와 비상장사는 각각 30.5년과 75년에 한번 꼴로 감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