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4개 기관(한국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조폐공사·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는 거친 질타보다는 비교적 '톤다운'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당에서는 최경환 경제팀의 초라한(?) 경제성적표에 대한 지적에 대해 '아직은 평가하기에는 이르지 않겠느냐'며 감싸주는 모습을 보였다. 최경환 부총리도 고개를 끄떡이며 여당 발언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도 언성 높인 발언은 자제했다. 다만 최경환표 경제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지적은 잊지 않았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초이노믹스'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재차 피력했다.
박 의원은 "슈퍼달러, 엔저현상, 유로존 경기침체, 신흥국가 저성장 문제 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을 너무 이른 시기에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박 의원의 발언에 공감하듯 "3개월 가지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최 부총리는 "경제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대외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장기적인 체질개선 없이는 경제가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대외 리스크에 잘 대응해야지, 우리경제가 잘 순환할 수 있다고 본다.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야당과의 정책 논쟁보다는 정부 정책의 힘을 실어줬다.
류 의원은 "이제까지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느라 고생많았다"고 격려하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 서민·중산층에 대한 부분의 홍보가 덜 된 느낌이다. 이들을 위한 세법개정안이라고 홍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그동안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던 '증세냐, 감세냐'라는 언쟁은 뒤로 했다. 다만 정부정책의 효과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며, 향후 '입법전쟁'을 예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올해 세법개정안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는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도마 위로 올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배당소득증대세제 관련해 "(배당의 경우)상위 1%가 72%를 가지고 간다. 그런데 1% 평균 배당률이 9200만원"이라며 "문제는 이들에 대해서 배당률이 늘린다고 하고 있다. 결국은 1% 만을 위한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1%만 혜택 받는 증대세제다. 저는 이거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세법개정안의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같은 당 오제세 의원도 "인식의 차이를 좁이고 합의할 건 합의하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며 향후 입법전쟁을 예고하는 인상을 풍겼다.
오 의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경환 노믹스는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을 내걸었다. 이러한 길은 죽음의 길이고, 망국의 길이다"고 비난하면서 "이제는 재정적자를 늘리고 가계부채를 늘려 쉽게 돈을 벌겠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소득을 늘려 나가야 오늘은 힘들더라도 내일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빚걱정 하는건 똑같은 마음이다. 경제라 하는 것은 타이밍에 맞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재정은)불가피성이 있다"며 "국가부채의 경우는 GDP 3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며, 공기업도 구조개혁 작업 등을 통해 부채를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매년 세법개정을 할때 마다 특정이익단체 요구한 세법은 반영한데 반해,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의 세법은 반영된 것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재벌과 슈퍼부자들의 논리에 그대로 동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요청을 했는데 보내지 않았다. 검토하는 단계에서 노동·시만단체를 다 고려해서 세법을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