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산은·기은에 "신용장만 보고 부실대출" 질타
"희대의 사기극이다. 마치 사기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매출 1조원의 우량기업에서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에 대한 사건을 두고 내뱉은 말이다.
특히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만 믿고 묻지마 대출을 해 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여야 의원들의 송곳같은 질타를 받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뉴엘 사태는 2년 전 막을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제 정부 채널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2년 전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을 때 세금 탈루액만 추징하고 가공매출로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은 부분을 지적한 것.
이어 그는 "당시 850억원을 대출해 준 우리은행의 경우 더 빌려달라는 모뉴엘을 이상한 기업으로 생각하고 대출채권을 다 회수했는데 다른 은행들은 대출을 해줬다"며 질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송구스럽다"며 "모뉴엘 사태는 KT ENS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은행 CEO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책은행들의 부실 대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강기정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해 현재 피해가 없다"며 "하지만 산은은 이시점부터 1305억원을 빌려줬고 2014년 5월에는 300억원 대출을 해줬다"며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몰아세웠다.
홍 회장은 "300억원을 대출할 당시의 모뉴엘의 신용평가사 자료를 아직 보지는 못했다”며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빌 게이츠도 혁신적 개혁이라고 했는데 원래 잘 나가다가 이렇게 된 건지 처음부터 사기극이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세청이 탈세혐의를 잡았을 때 이미 확인한거 아니냐. 정보를 관련 기관끼리 공유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홍 회장에게 "산업은행이 1000억원 이상 여신이 있는데 모뉴엘과 관련해 현장에 가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홍 회장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또 권선주 은행장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서 "없다. 심사팀에서 신용조사를 위해 1년에 한번 본사에 방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은행장은 담보대출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용대출을 440억원이나 해 줬는데 뭘 믿고 신용대출을 이렇게 해줬냐"고 따져 물었다.
권 은행장은 "7년 정도 거래를 했고 (신용대출의 경우)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사기꾼들이 원래 처음에는 잘 하다 막판에 터뜨리는 거다"며 "산업은행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할 분들이 이런 사기꾼한테 이런 식으로 동네 곗돈 털어먹고 튀는 것 같이 당했으니 누구를 믿겠냐"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그는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모뉴엘과 같은 회사들이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조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KT ENS건이랑 다를 게 없다. 책상 앞에 앉아서 종이 한장만 왔다 갔다 한 거다"며 금융권의 안일한 대응의 문제를 지적했다.
모뉴엘은 생활가전 제조사로 빌 게이츠가 언급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기업이었다.
PC를 중심으로 로봇청소기나 TV, 각종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였고,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혁신 벤치마크 대상으로 언급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해 충격을 주었으며, 현재 금감원에서는 모뉴엘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뉴엘은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이 670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역보험공사는 3200억원에 대한 보증을 서 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