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개헌 블랙홀" VS 野 "개헌 골든타임"
정홍원 국무총리는 31일 국회에서 시동을 걸고 있는 '개헌' 문제와 관련, 이에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의 개헌 관련 질문에 재차 '경제활성화'를 앞세우며 "경제 문제가 좀 해결된 뒤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친박 핵심 의원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개헌은 국민의 완전한 합의 없이는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말하자 "네. 국민 동의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8월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며 국민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90%가 요구하는 게 경제"라며 "경제활성화가 급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게 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개헌론자'인 같은 당 김재경 의원이 "경제와 개헌논의를 '투트랙'으로 할 여건이 충분하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다양한 집권시스템에 대한 개헌 논의를 해야할 때라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제가 먼저'임을 피력했다.
정 총리는 "정부 입장에선 지금 경제활성화가 아주 시급한 문제이고 민생도 아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에 좀 더 경제를 살려놓고 민생도 돌보고 난 후, 그리고 남북관계도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 장기적 안목에서 개헌 논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경제활성화와 민생에 전념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게 정부의 바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개헌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찬반 공방도 이어졌다. 특히 많은 친박계 의원들은 '선경제, 후개헌'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을 대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헌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개헌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이 모든 어젠다의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경제지표, 여론지수, 남북소통 등이 안정수준에 도달할 때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여야가 주고받는 거래 헌법, 이씨 김씨 주장만 반영되는 위인 헌법, 내용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짜고 치기 헌법, 시한을 정해 놓고 하는 시한부 헌법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함진규 의원도 "수많은 민생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밖에서 하염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지금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경제와 민생, 개헌, 남북화해 등 2∼3가지 중요한 국정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유능한 정권"이라면서 "지금이 바로 경제 골든타임, 개헌 골든타임, 남북화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엽 의원은 "국가대개조의 출발은 정치개혁, 정치발전에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분권형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고 중앙과 지방, 입법부와 행정부간 분권을 통해 역할과 책임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 논의에 대해 입을 막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