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등이 인사청탁을 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언론지상에 등장합니다. 물론 국민들의 비난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뇌물에 받은 행위에 대한 죄값을 단단히 치르게 되기 때문이죠. 징역형을 받아 감옥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뇌물로 받은 돈까지 추징당하게 됩니다.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사람에게 징역형은 물론 그에 상당하는 벌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타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스란히 뱉어낸 뇌물에 대한 세금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정당한 처분일까요.
□ "난데없는 세금폭탄에 억울하다" = 모 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던 A씨는 승진인사와 관련해 조합원 B씨를 만났습니다. 은밀한 만남을 제안한 B씨는 인사 등에서 편의를 봐 달라며 청탁의 대가로 A씨에게 뇌물을 건넸습니다.
달콤한 음식이 이를 썪게 만드는 법입니다. 사법당국에 적발된 A씨는 위법소득(뇌물)으로 받은 사실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됩니다.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한 A씨에게 난데없는 한 통의 고지서가 날아오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해당 고지서에는 뇌물로 받은 돈 대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A씨는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위법소득인 쟁점금액을 원 귀속자에게 반환해 본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가처분 소득이 없었음에도 쟁점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받았던 뇌물을 돌려주고 추징금까지 냈으니 소득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뇌물 등 금품을 동일 과세기간 내에 제공자에게 반환하지 않은 경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종합소득세 성립시기인 과세기간 종료일까지 귀속자에게 환원조치를 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향유했다가 이후 환원조치 했다면 일단 성립한 납세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당초 처분은 정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심판원 "귀속된 소득 없다…과세는 부당" = 이 같은 과세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조세심판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에게 세금을 부과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없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세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유하고 있고, 담세력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A씨는 위법소득인 쟁점금액을 반환해 자신에게 실지 귀속된 소득이 없고, 위법소득을 얻은 자가 자진해서 소득세 과세표준신고 등을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어 반환시점에서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인다"며 "처분청의 과세당시에는 쟁점금액을 이미 반환해 A씨에게 실지 귀속되는 소득이 없으므로 A씨에게 뇌물수수액과 관련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소득은 없다 할 것"이라도 밝혔습니다.
[참고 심판례: 조심2014서3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