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청 땐 직권취소…추후 과세처분 되풀이 땐 위법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사건에 대해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직권취소한 경우의 법적효력을 정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이 직권취소한 사안에 대해 다시 과세처분을 내릴 여지가 있다.
납세자로선 조세심판원에 불복할 땐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직권취소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과세처분을 내리기를 반복한다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이의신청절차에 따라 과세처분을 직권취소한 경우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 처분을 되풀이 할 수 없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당연무효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해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원고의 이의신청 사유를 옳다고 인정하여 부과처분을 직권취소한 후, 특별한 사유 없이 다시 동일한 부과처분을 했다면 위법한 처분일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A는 B사가 내야 할 허위세금계산서 관련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자 납부통지를 받았다. A는 이에 불복해 심판청구를 하였고, 국세심판원(現 조세심판원)은 B사의 사실상 지배자는 따로 있다는 이유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A가 B사의 대표자라는 이유를 내세워 허위세금계산서 금액 상당액을 A에 대한 인정상여로 소득처분했다. 이에 따라 A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고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A가 다시 이의신청을 내자 과세관청은 앞선 국세심판원 결정을 고려하여 소득금액변동통지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2년 후 다시 같은 이유로 소득금액변동통지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A는 동일한 건으로 인하여 두 차례 불복을 제기하여 모두 취소를 받았으나, 같은 이유로 또 다시 부과처분을 받게 된 셈이다.
A의 입장에서는 B사의 대표자가 맞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미 불복 절차를 거쳐 처분을 취소받은 사건에 대해 다시 과세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법에는 납세자가 제시한 불복 절차 중 과세관청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직권으로 취소했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동일한 처분을 못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리 세법에서 불복제도를 두고 이에 따른 시정방법을 인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과세관청이 불복 절차 중에서 납세자의 불복사유를 받아들여 직권취소를 해놓고 나중에 다시 같은 처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판결에서는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세관청의 위와 같은 번복이 위법을 넘어 당연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과세처분이 단순 위법이라면 납세자는 90일 내에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 다투어야 한다. 하지만 당연무효라면 납세자는 90일의 불복기간이 지나서라도 불복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납세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국세심판원의 결정을 이미 받았고, 이후 이의신청 과정을 2회나 반복했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어 이번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결은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제도의 입법취지를 살려서 불복제도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한층 더 강화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어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고 A는 2004년 봄에 불거진 이 세금문제를 최종 결론짓기 위하여 10년이 넘게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2014.7.24.선고 2011두1422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