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뭇매 맞은 ING생명, 행정소송 제기로 반기?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금산분리 규제로 IT 기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히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또 지난달 말 '가맹계약 종료'라는 파국만을 간신히 면했지만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의 카드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 협상이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해 금융당국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뭇매를 맞았던 ING생명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가시화?=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신제윤 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인터넷 기반 은행 도입과 관련해 "IT와 금융거래의 접합면이 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그러나 "그 전에 고민할 게 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을 허용할 것인지, 그에 따른 소요 제한은 어떻게 할 지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해 금산분리의 제약을 꺼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을 말한다. 지점망이 없기 때문에 소규모 조직으로만 가지고 운영이 가능해 저비용 구조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법상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규정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우선 시중은행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은행들은 소극적 반응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IT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문제는 IT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려면 금산분리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 위원장이 이날 산업자본 허용과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신 위원장의 이날 발언으로 금산분리 완화 주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소유가 제한된 현행 금산분리 제도 아래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제도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가 기존 9%에서 4%로 줄이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이 의결돼 금산분리는 더욱 강화됐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서는 이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대면거래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모뉴엘 사기대출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은 국경을 초월해 온라인 상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하기가 어려운데다 별도 규제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KB카드 줄다리기…금융당국 '최후통첩'=카드 복합할부가맹점 수수료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지난달 31일 계약기간 하루를 남기고 가맹계약을 열흘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민카드와 현대차는 가맹점 수수료율로 각각 1.75%와 1.0~1.1%를 바라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0.7%로 수수료율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보다는 높은 1.0~1.1%의 수수료율 제안했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캐피탈사가 카드사에 결제대금을 갚아주고 자동차 구입고객은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회사가 결제 대금의 1.9% 안팎의 결제 수수료를 챙기는데, 이중 1.37%를 캐피탈사에 지급하고 0.2%는 고객에 대한 캐시백으로 사용한다. 나머지 0.3% 내외만 카드사가 챙긴다.
현대차는 자금 공여 기간이 단 하루에 불과해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높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카드는 현대차가 요구한 수수료율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인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현대차의 요구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현대차와 카드사간 가맹점 계약해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조정을 요구하고 검찰 고발과 공정위원회 제소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이 자동차 금융에 대한 독과점을 막는 차원에서 여신업계에도 '방카슈랑스 25%룰'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25%룰은 한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 한 보험사의 판매금액 비중이 전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현대·기아차 할부금융의 60%를 차지하는 현대캐피탈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괘씸죄'를 적용해 현대차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국감서 혼 난 ING생명, 행정소송으로 반기?=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데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타를 받은 ING생명은 끝내 반기를 들었다.
ING생명이 금융위의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ING생명은 지난 6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사에서 약관 표기상의 실수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 이에 대해 당사가 받은 제재가 합당한 것인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ING생명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조만간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감원장은 같은 날 열린 '금감원장 초청 보험사 CEO 세미나'에서 "소송 제기는 보험사들의 권리이지만 금감원은 당초 방침대로 적극적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ING생명의 행정소송 제기에 적극 대처할 뜻을 밝혔다.
최 원장은 또 "2000년대 초 자살보험금 판매가 시작된 이후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송이 벌어지고 판결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이슈가 됐다"며 "문제가 있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일부 회사들은 관련 상품을 계속 팔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국민 1~2명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요청한 것"며 "금융당국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