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등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정부의 세금은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걷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요즘같이 사람들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서는 세금을 어디에 내야하는지 기준이 모호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분명 돈은 외국에서 벌었는데 세금은 국내에 내야한다면 국가간 마찰이 생길수도 있겠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세법에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라는 개념을 두고 있습니다.
현행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계속해서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또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해서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거주자의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계속해서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영주권을 얻은 자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없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하여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는 비거주자로 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1년이라는 기준을 183일(6개월)로 바꾸기도 했는데요.
최근 국내에서 사망한 해외거주자의 상속재산에 상속세 과세처분이 내려졌고, 상속인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신청을 했습니다. 이 사례에서도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개념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고 합니다. 조세심판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 국내에 거주하던 중 사망…상속세는 어떻게? =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A씨는 나이드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국내에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A씨는 자녀의 아토피 투병을 이유로 남편과 함께 해외로 이주했고,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그곳에 살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A씨의 남편은 B씨는 자신의 아내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했고, 이에 따른 상속공제를 적용해 과세관청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현재 뉴질랜드 영주권자라며 상속공제를 배제한 상속세를 결정고지했습니다. B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거주자 vs 비거주자…'애매한 기준' =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해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거주자의 판정기준으로 하고 있는데요.
B씨는 이 기준에 따라 A씨가 1년 이상 계속해서 국내에 머무를 사람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상속재산 대부분이 국내에 있고 전혀 처분하지 않은 점, 해외생활비 대부분을 국내 원천소득으로 충당한 점, 고령의 어머니가 노인성 질환으로 홀로 생활할 수 없고 A씨가 유일한 혈육인 점 등을 봤을 때 A씨를 국내 거주자로 봐야한다"며 "형식상 뉴질랜드에 장기거주했지만 자녀의 대학입학을 마치면 반드시 한국에 입국해 거주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A씨를 비거주자로 판단해 과세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도 A씨를 비거주자로 볼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A씨의 국내 체류기간이 짧고, 이미 비거주자로서의 세제혜택을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해외 이주부터 사망할 때(2012년 4월)까지 7년4개월간 한국에는 오직 54일밖에 체류하지 않았고, 특히 2011년 이후에는 단 6일에 불과하다"며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뉴질랜드 국세청에 소득세를 신고해왔으며 그 정부로부터 복지혜택을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의료보험 혜택 수혜를 받는 등 뉴질랜드 거주자로서 지속적으로 인정받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내의 금융재산에 대한 이자소득에 대해서도 비거주자 제한세율을 꾸준히 적용받아왔다는 점, 국내 거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 없는 점, 어머니와 함께 동거하거나 경제생활을 영위한 적이 없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 심판원 "스스로 비거주자라고 밝혔지 않나" =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는 B씨가 주장하는바와는 달리 거주자가 아니며 그 사실에 대해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는 것입니다.
심판원은 "A씨는 이주허가를 받아 출국해 영주권을 취득한 뒤 총 7회에 걸쳐 금융기관의 비거주자판정기준표 7개 항목에 체크하고 본인 서명을 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이자소득세 제한세율을 적용받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A씨는 2008년 이후 상속개시일 현재까지 국내 거주일수가 54일에 불과하고 국내에 뚜렷한 직업도 없다"며 "A씨의 국내 재산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는 금융, 부동산이고 A씨의 어머니와도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상속개시일 현재 남편인 B씨와 딸이 영주권자로서 계속 뉴질랜드에 거주했던 점 등을 봤을 때 과세관청이 A씨를 비거주자로 보고 상속공제 적용을 배제해 상속세를 부과한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1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