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숙인, 9월 기준 3958명..노숙인 감소세 둔화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에도 일자리 참여율 ‘뒷걸음질’
“사회복지 아닌 정신건강 차원에서 접근해야”
“노숙도 중독됩니다. 정부와 각종 단체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니 노숙인들이 일할 의지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사지 멀쩡하면서도 일하지 않으려는 노숙인들 지원하겠다고 혈세 낭비하는 것 아닙니까? 무조건적인 복지가 아닌 자활 의지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서울역 인근 상가 주인)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 서울시내 노숙인 숫자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노숙인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및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노숙인은 2010년 4867명에서 올해(1~9월) 3958명으로 약 4년 새 1000명 가까이 줄었다. 다만, 최근 3년간 노숙인 감소율은 연평균 5.4%를 기록하다 올해 4.1%로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탈(脫)노숙인 감소세가 둔화되고, 신규 노숙인 유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노숙인의 일자리 참여율을 지난해 기준 38.5%에서 4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5월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탈노숙인 확대 계획을 세웠지만, 8월 현재 일자리 참여율은 36.7%로 오히려 줄었다. 시가 연간 70억~80억원 규모의 노숙인 관련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노동·파트타임 중심의 일자리 지원 한계…노숙인 의지 부족도
서울시는 ‘공공 일자리 지원 →고시원·쪽방 등 임시 주거지 및 임대주택 지원 →탈 노숙인’ 구조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시가 진행 중인 노숙인 공공일자리 지원 사업은 근로능력 미약자의 최저생계 유지를 돕는 ‘특별자활사업’(연평균 600명)과 자활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일자리 갖기 사업’(400명)으로 나뉜다. 특별자활사업은 65세 이상 또는 장애인, 알콜릭(알코올 의존자) 등 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노숙인 보호시설 청소·급식 도우미(설거지) 등을 맡기는 것이고, 일자리 갖기 사업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노숙인에게 복지업무 보조 등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지원하는 공공 일자리 대부분이 단순 근로 및 파트타임 형식으로 자활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실패 등으로 신용 불량자가 돼 노숙인으로 전락한 경우 공공일자리 및 신용회복 지원으로 탈 노숙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지원을 통해 연간 1000명 정도가 탈 노숙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 중 상당수가 정신장애가 있거나 만 70세 이상의 초고령자 등이고, 대부분 풀타임 근로에 대한 의지도 없다”며 “이러한 노숙인들이 일시적 근로를 통해 교통비나 술·담뱃값 등을 충당하고 있는데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 아닌 정신건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편, 서울시는 노숙인 일자리 지원 사업뿐 아니라 주거·생활비 등 경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자활·재활·요양·일시보호시설 수용은 물론 임시 주거지에 대해서는 월 25만원 이내로 최대 6개월간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보다 자활 의지를 높이는 쪽으로 노숙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숙인들이 이전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지지와 배움의 기회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노숙인 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숙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자포자기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더라도 노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활 의지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줘 그들이 다시 거리로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