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며 당내 여러 진영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로 구성된 '86그룹'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더는 86그룹이 세력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86그룹' 소속 의원들은 전대 국면에서 진로를 놓고 저마다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86그룹은 1990년대말∼2000년대 초반에 걸쳐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미래의 리더그룹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들은 이후 지도부의 잇단 교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당내 주류의 한 축을 이뤄왔다. 대표적인 예로 이인영 의원은 2012년 1월 전당대회에서, 우상호 의원은 2012년 6월 전당대회에서 각각 최고위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86그룹' 역시 타격을 입게 됐다.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계파주의가 지목되면서 이들도 계파청산보다 계파주의에 안주해왔다는 비난의 화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결과 86그룹 의원들 모임인 '진보행동'은 지난해 3월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후 주요 국면마다 현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상호 우원식 의원 등이 초·재선 혁신모임인 '더 좋은 미래' 발족을 주도하고, 최재성 오영식 의원 등은 3선 의원들 위주로 구성된 '혁신모임'을 출범시키면서 "여전히 당내 개혁 의제는 86그룹이 주도한다"는 평가도 들었다.
이에 따라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는 물밑에서 움직이던 이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공동 행동을 벌일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막상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든 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재성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의원 등 주요 멤버들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일화'를 포함한 공동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86그룹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한자리에 모여 의사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86그룹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오히려 각자가 속한 계파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 "86그룹은 1980년대 운동권의 이념성을 탈피하지 못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데 실패했다. 더는 당의 변화를 이끌 동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