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정부안 확정
가업상속공제 정부안 수정, 매출액 기준 5000억원 완화
고용창출·R&D 세액공제 축소…월세 세액공제 전환
내년부터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쌓으면 법인세가 추가과세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시행되고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담뱃값이 갑당 2000원씩 인상되며 세금우대종합저축이 폐지되는 등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막판 진통을 겪었던 예산 부수법안에 여야가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본회의에 합의된 안이 상정,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혔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는 정부 원안대로 가되,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용을 수정했다. 점진적으로 축소하려고 했던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율도 야당의 주장으로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 '3대 패키지' 정부안 그대로 통과 = 기업소득을 가계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가계소득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행보가 순탄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해 당해연도 발생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미활용액)에 대해 단일 세율 10%로 과세하기로 했다.
과세대상 기업은 대기업 계열사(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전체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기업이다.
임금상승 규모 등을 기준으로 과다 사내유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과세유예기간을 설정, 실질적인 과세권은 2년 뒤인 2017년부터 발동된다.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적정유보소득의 기준과 투자액의 범위는 내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적정유보소득을 당기소득의 60~80% 범위로 투자액의 범위 역시 기계장치 등으로 다소 애매하게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부자감세'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던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현실화된다. 해당 제도는 배당을 일정 기준 이상 늘린 상장기업의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세금을 깎아주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고배당 상장사의 소액주주 배당 세율(원천징수분)이 14%에서 9%로 낮아진다. 가령 1000만원 배당받을 때 50만원 정도 세금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대주주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선 31%에서 25%의 세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자 중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사람은 25% 세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배당소득에 대해 지금처럼 28~31%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 배당을 늘렸다고 해서 무조건 세제혜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120% 이상인 경우 배당을 10%이상 늘리거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평균의 50~120%미만인 경우에는 배당을 30%이상 증가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근로자의 월급 인상이라는 목표점을 두고 설계된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수정 없이 원안대로 시행된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내년부터 2017년 말까지 3년간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기업들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상기업은 해당연도 근로자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간의 평균임금 증가율 평균보다 큰 기업으로 한정했다. 임금을 평균보다 더 많이 올려준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10%(대기업 5%)를 세액 공제해준다.
생산성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주고 있는 기업들이 적정한 수준에서 월급을 올리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노조에서 임금인상을 협상할 때 하나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 가업상속공제 확대…큰 틀은 정부안 유지 = 부자감세 혹은 부의 대물림이라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던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여당과 야당이 한 발씩 양보했다.
정부는 현행 공제 기준을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인 중소·중견기업에서 5000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피상속인이 대표이사 등으로 재직해야 하는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대주주의 지분율 요건을 50%에서 25%로 완화키로 했다.
하지만 야당은 매출액 3000억원 이하 기준을 5000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전날 더 이상 조세소위 차원의 협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날 협상에서 한발 물러났다.
매출액 기준은 정부안대로 가되, 피상속인이 대표이사 등으로 재직해야 하는 기간을 7년으로 하고 대주주의 지분율 요건을 30%로 정부안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명문장수기업'에 대해서는 상속공제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상향 적용하고 증여특례 한도 또한 200억원(현행 30억원)까지 높여 지원한다.
□ 종교인 과세, 결국 불발? =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종교인 과세는 또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일률적으로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고 했지만 대안을 가져오라는 조세소위의 요구에 소득수준별로 공제율에 차등을 두는 안을 들고 나왔다.
종교계가 요구했던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근로장려금(EITC) 적용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최대한 종교인 과세를 통과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개신교의 거센 반발로 조세소위는 종교계와 간담회까지 가졌지만 결국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처리가 불발됐다. 다만 여당에서 대통령령으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종교인 과세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속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 파생금융상품 양도세 과세…세부담↑ = 지난 10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가 현실화 됐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주식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매하고 얻은 차익에 양도세를 과세하겠다는 방안을 밀어붙였지만 번번히 국회와 여론의 반대에 부집혀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양도세 부과는 불가하다는 여론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한 양도차익이나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양도세를 부과하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세만 면제해주는 것이 과세형평성을 해치고 있다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야와 정부도 이에 공감하고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하는데 합의했다.
다만 시장충격을 고려해 내년이 아닌 2016년부터 과세하되 세율은 20%로 하고 탄력세율 10%, 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키로 했다.
□ 담뱃값, 갑당 2000원 인상 = 내년부터 담뱃값이 갑당 2000원 인상된다.
20개비 들이 한 갑에 평균 2500원 정도인 담뱃값이 2015년 1월1일부터는 4500~5000원 선으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다만 흡연 경고 그림 도입과 물가연동제 등 두 조항에 대해선 국회에서 별도 상임위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물가연동제의 경우 향후 3년 후에 적용될 부분이라 내년 세수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담뱃세에 신설되는 국세인 개별소비세의 과세 방식이 기존 '종가세' 방식에서 '종량세'로 전환된다.
종가세는 담배 가격에 비례해 세금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고가 담배일수록 가격 인상폭이 커진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배 출고가가 평균 772원인 것을 감안하면 개별소비세는 한 갑당 594원에 달한다.
□ 고용창출·R&D 세액공제 '축소' =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는 폐지되고 추가공제는 현행 3% 유지된다.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기 위한다는 취지다.
대신 지방과 서비스업은 각각 1%p 인상된다. 대기업의 R&D(연구개발) 세액공제 당기분의 공제율도 2~3%로 1%p 줄어든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약 5500억원 규모의 세수가 추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창출투자세액 추가공제로 약 48000억원의 세수가 추가되고, R&D 세액공제 당기분의 공제율 인하로 약 700억원의 세수효과가 발생될 전망이다.
반면 안전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확대된다.
세월호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탓이다.
세제혜택 대상은 유통사업 시설, 산업재해 예방시설, 위해요소 방지시설, 기술유출 방지설비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한해서다. 정부는 공제율을 대기업은 투자액의 3%로 현행대로 유지하되, 중견기업은 투자액의 5%, 중소기업은 투자액의 7%로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경우는 기술유출 방지설비투자 부문에선 10%의 공제율을 적용키로 했다. 세제혜택 적용기한은 2017년 까지다.
□ 월세 세금혜택 '주고', 세금우대종합저축 '뺏고' = 부동산 시장 선진화 대책으로 마련됐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인 소규모 주택임대소득 세 부담 완화 법안과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0만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 2016년까지 비과세하고 2017년부터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를 한다. 종합소득 금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400만원의 기본공제 인정하며 필요경비율은 45%에서 60%로 인상된다.
현재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나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 성실사업자에 적용되는 월세 소득공제는 공제율 10%의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공제대상이 현행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세금우대종합저축과 생계형저축은 통합돼 운영되면서 20세 이상 가입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현재는 20세 이상 일반가입자는 1000만원 한도에서 이자와 배당소득을 9%의 세율로 분리과세됐고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독립유공자는 3000만원 한도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생계형저축은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에 한해서 3000만원 한도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65세 이상인 노인으로 변경되고 기존의 세금우대종합저축은 폐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