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거래량 감소로 세수증대 어려울 수도"
오는 2016년부터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최고 20% 세율로 부과된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금융투자업계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업계가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과도한 세율로 시장이 침체되면 당초 취지인 세수증대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 선진국의 과세체계를 볼 때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허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 부분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선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공감, 시기적으로 이르다" =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당초 발의한 법안에서는 기본세율 10%를 기초로 탄력세율 0~10%를 적용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 대부분이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파생상품 과세라는 '대세'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양도소득세 논의 이전 파생상품 거래 자체에 세금을 물리는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진 상황이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 과장은 "거래세보다 양도세가 채택된 부분은 바람직하다. 거래세의 경우 부작용이 너무 커 업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의 원칙이기 때문에 업계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점과 세율 수준이다.
김 과장은 "양도세가 논의된 초기에는 10% 하단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기로 했고 시장 상황에 따라 0%도 가능했는데 이 부분이 바뀐 것은 무척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세율은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전제한 뒤 "주식과 파생상품의 자본이득세를 동시 부과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주식에 안하고 파생상품에 하는 경우는 없다. 시장의 수요가 줄어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세수효과 클까? 오히려 감소 우려 =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2016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세수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수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이라며 "파생시장이 이미 많이 죽어 소수 투자자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 과세제도가 시행된 이후 더더욱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경우 후강퉁(邑港通) 제도를 실시하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3년 한시 비과세를 허용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과세가 강화되며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왜 중국은 시장을 육성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안 좋을 때 과세를 강화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과 대상이 국내 거주자에 한정될텐데 주식시장 현물거래나 ETF 등 연계거래가 줄면 기존의 증권거래세가 함께 줄어 전체 세수가 감소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외국법인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조세조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과세망을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상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파생상품협회 회장)는 "세수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파생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투자자들도 이익이 감소하는 등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기관은 법인세, 외국인은 조세특례법으로 양도차익과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개인투자자에게만 부담이 집중될 것이다. 개인 중심의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심 수석연구위원은 또 "개인은 외국인에게 LP(유동성 공급자)이기 때문에 개인 거래가 줄면 외국인 매매도 위축되고, 매매 위축에 따라 가뜩이나 줄어든 차익거래 기회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 손실 이월공제 과제, 업계 향후 건의 = 파생상품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온 부분이 바로 '손실 이월공제'다.
외국의 경우 손실에 대해 이월공제를 허용하지만, 파생상품은 여러 개의 자산을 편입해 복합 투자하는 만큼 한쪽에서는 이익이 발생하고 한쪽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진 과장은 "큰 틀에서 이월공제를 적용해줘야 한다. 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대신 손실공제를 허용하는데 이는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익이 난 쪽에 원천징수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도 시 세금 10%를 제외해 계좌로 송금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