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 가능성 배제 못해… 쫓겨난 사무장 이달 말까지 병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직 사퇴가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꼼수를 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부사장의 월권 및 기내 고성에 대해 국내외에서 여론이 점차 악화되는 가운데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8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뉘앙스의 발표와는 달리 실제는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업무에서만 손을 떼고 부사장직과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진정성 없는 ‘무늬만 사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 업무에서만 물러나고 대한항공 임원으로서의 보수와 권한은 종전대로 행사하게 된다. 또한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도 계속 유지한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 부사장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이륙 직전 항공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은 이달 말까지 병가를 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이 사무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항공 법규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 국민안전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령위반이 있을 경우 항공사 등에 관련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10일 중 조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2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술에 취해 대한항공 국내선의 기내 난동을 부린 혐의로 기소돼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박 회장은 이륙을 위해 창문 덮개를 올리고 좌석을 바로 세워 달라는 승무원의 요청을 수차례 거절하며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등의 폭언을 하고 이에 항의하는 다른 승객에게도 고함을 치고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지난 3월에는 인천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 바닥에서 잠을 자다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손모(50)씨는 항공법 위반에 더해 업무방해 혐의가 추가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손씨는 이 사건으로 항공기 도착지인 호주에서도 처벌을 받았다고 대한항공은 전했다.
항공법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여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승무원이 땅콩을 접시에 담아내지 않고 봉지째 서비스하고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이 매뉴얼을 즉각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질책하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