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실-과실 여부놓고 문책범위 고심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이 2003년 회계결산을 하는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분식회계)했으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분식회계가 '중과실이냐-단순과실이냐'를 놓고 국민은행 임.직원 및 회계법인에 대한 문책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9일 "규모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국민은행이 지난해 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하는 등 일부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하지만 SK사태 때처럼 고의적인 회계기준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중과실과 단순과실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정한 뒤 전체자산과 매출액에서 분식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의 크기에 따라 국민은행 임직원과 회계법인에 대한 문책의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경우 최고경영자로서 직.간접적이고 광범위한 책임을 면할 수야 없겠지만 김 행장을 직접 문책하도록 결론을 내릴 지 여부는 금융감독위원회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항은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회계처리를 통해 1천500억원의 법인세를 감면(유예)받은 부분 ▲합병으로 인한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의 비용처리 방식 ▲2천500억원 가량 적자규모 축소 ▲담보대출 회수예상액 1천500억원의 과다계상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은행은 통상적인 회계계정외에 향후 납부할 세금중 한시적으로 납부유예된 부분을 비용(손실)으로 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대환대출, 통장자동대출 연체금액 충당금, 자산유동화증권(ABS) 관련 대출충당금 등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는 등 적자규모를 축소한 것도 회계기준 위반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인 A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은 만큼 분식회계 여부 및 규모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면서 "따라서 현재로선 분식규모는 물론 문책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회계검사 결과가 김 행장 등 임원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공식발표가 나온 뒤 은행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상당수 언론이 국민은행의 분식회계 규모를 아무 근거없이 보도해 국민은행 고객과 투자자들에 대해 불안감을 심어주는 등 시장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국민은행이 명예훼손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