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멋쟁이로 통하는 박모 씨(48)는 큰맘 먹고 미간주름을 채우는 필러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돼 사라져 속이 상한다. 6개월 이상은 지속된다는 말에 고가의 외국산 히알루론산 제품을 골랐는데 어쩐지 속은 듯한 기분이다.
최근 동안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필러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히알루론산 필러는 체내에 존재하는 성분인데다 생체분해되므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문제는 짧은 유지기간이다.
보통 10개월~1년 정도 지속되나 짧게는 며칠만에, 길게는 6개월만에 ‘녹아버렸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잖다.
서인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필러의 지속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가 정확한 부위에 주입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러 관련 제약업체 관계자 대부분은 “필러는 시술법이 정형화돼 실력이 아주 뒤지지 않으면 효과가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 교수는 “히알루론산 필러는 분자 크기에 따라 주사되는 피부층이 달라야 한다”며 “예컨대 필러제의 입자 크기에 따라 지방층이나 진피층 중 올바른 곳에 놓여져야 하고 이를 잘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즉 특정 제품을 특정 피부층에 넣는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의사의 시술이 둔감하거나, 필러가 저급해 입자 자체가 균일하지 않으면 1주일 만에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필러가 대중화되고 박리다매 시술이 성행하면서 미숙한 의사들도 ‘돈벌이가 되는’ 필러시술에 나서며 이같은 문제는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반영구 필러로 관심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아테콜은 한번 시술로 10~15년간 효과가 지속되는데 인조뼈성분인 PMMA 성분이 쓰인다. 1994년 독일에서 개발됐으며 아직 활성화되진 않았다. 이 필러는 콜라겐 등에서 추출한 ‘살아있는 제품’으로 뼈 바로 위에 주입된다.
생체추출 원료라 간혹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발열감이 생기고, 육아종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시술 후 몇 년 뒤 갑자기 유발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코티손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지만 회복 속도는 느린 편이다.
반영구 필러는 한번 주입되면 제거나 모양 변형이 어렵다. 스테로이드로 모양을 미소하게 교정하기도 하지만, 심하면 작은 캐뉼라로 내용물을 제거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필러시술을 결정하는 것은 성형의 번거로움과 혹시 모를 보형물 제거의 부담감이 싫어서인데, 아테콜은 수술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제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으로 20~30년 안에 시술결과에 대한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시간이 흘러 다른 피부는 축 처져있는데 PMMA필러를 맞은 부위만 동동 떠 있으면 얼굴 전체 이미지와 따로 놀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헬스오 정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