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목적성 없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 '간접적' 중요 정보 이용자의 행위도 시세 교란행위로서 규제 대상이 된다. 또 불공정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 등 처벌이 강화된다.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자본시장법이 6개월 뒤 시행되면 사각지대에 있던 불공정행위가 규제를 받으며 시장질서가 보다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 내부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 목적성 있는 시세 조종 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을 규제했다. 하지만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시장 건전성을 훼손하는 사례를 처벌할 방법이 없고, 불공정행위부터 얻은 금전적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없어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CJ E&M 주가조작 사건에서 회사 측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은 애널리스트는 처벌을 받았지만, 2차 정보 수령자인 펀드매니저의 경우 처벌을 규정할 근거가 없었다. 2004년 1월에는 허수주문·통정매매로 A기업의 주가가 큰 폭 변동했지만, 시세 조종의 목적성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규제 조항을 신설했다. 2·3차 등 간접적인 방법 또는 해킹·절취 등 부정한 방법으로 미공개 정보를 획득한 경우, 본인이 생성한 시장 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를 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교란행위도 규제 대상이 된다. 만약 B씨가 본인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기업인 C사의 주식을 자동으로 매입하게 설정한 후, 프로그램 오류로 주문이 폭주하면서 주가가 급변했더라도 B씨에게 과징금이 부과된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자에게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1.5배가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금액이 과징금이 된다. 이 외에도 개정 자본시장법은 금전적 제재를 강화했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징역형이 부과되는 경우 벌금은 반드시 병과되며, 부당이득은 필수적으로 몰수·추징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정으로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규제 공백이 해소되고, 시장 건전성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공정시정과 과장은 "법망을 피해갔던 시장질서 교란 행위의 규제가 가능해져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