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분리 '규제 완화' 필요…보안 문제 등 과제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손안에서 송금을 하고 해외 물건을 사도 즉시 결제가 가능한 시대이다.
문제는 없을까. 연초 신용카드 정보 유출을 비롯해 은행 예금의 무단 인출, 보이스피싱, 파밍(Pharming:가짜 웹 사이트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인출하는 사기) 등 전자 금융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 IT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개인 정보를 이용해 범죄를 시도하려는 해킹 수법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핀테크 급부상, 갑자기 왜?…美中 경쟁력 논란=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단어로 IT 기술을 활용한 금융 산업을 지칭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상당수의 핀테크가 이용되고 있다.
핀테크의 출현으로 마음만 먹으면 금융사를 통하지 않아도 사실상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은 보편화돼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뱅크월렛카카오 등 스마트폰 앱(app)을 이용한 금융 결제 및 송금 시스템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에 이어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주요 IT 기업들이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시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간편 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 미국과 중국의 페이팔, 알리페이 등 해외 금융 결제 서비스와 같이 소비자의 편의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의 설립은 침체된 금융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00년대 초반 키움증권이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투자업계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꾼 일이 있다.
하지만 핀테크에 대한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안 문제이다.
정부는 보안 시스템 강화를 위해 금융사의 IT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문, 홍채 등 생체인식시스템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의 경우 모바일 지문 결제 관련 업체 시냅틱스와 협력해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P2P(peer to peer) 소액 대출이나 투자와 같은 거래가 이미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소비자 편의에 의해 생겨나는 서비스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전산 시스템 운영자들이 접근 시 지문 인식이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을 의무화하도록 할 것이다"고 전했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한 금융·IT 융합 촉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보안성 심의 제도 개선 ▲금융 규제의 예측성 강화 ▲리스크 관리 방식의 변화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관리 체계 이원화 ▲모바일 직불 카드 사용 한도 폐지 등을 건의했다.
□ 금산 분리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은행 먼저 진출할 듯= 더 큰 문제는 금융 규제에 의해 국내 핀테크 산업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다. 바로 '금산(金産) 분리' 정책이다. 현행 은행법 등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하도록 지분 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만일 핀테크를 육성하기 위해 IT 기업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할 경우에는 금산 분리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핀테크 육성을 적극 건의한 것은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 확인됐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IT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벤처들이 금융 결제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금산 분리 정책을 시행하지만 한국의 경우 보다 엄격하게 산업자본을 통제하기 때문에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IT 기업 대신 인터넷 증권사 등 금융사가 먼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도록 할 경우 금산 분리의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4대 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초반의 핀테크 시장은 기존 대형 은행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산 분리(은행·산업 분리)와 금융실명제가 큰 이슈이다. 국회에서 답변할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