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상속받았는데 상속세를 낼 현금자산이 없다면 어떨까요.
현행 세법에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세액이 1000만원을 넘을 경우 건물 등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물납(物納)'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없어 세금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죠.
다만 예외적 사유는 있습니다. 건물 등 부동산의 경우 해당 부동산에 지상권·전세권·저당권 등 재산권이 설정됐거나, 물납을 신청한 토지와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일 때는 물납신청을 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토지 일부에 묘지가 있다면 물납거부 사유에 해당합니다.
최근 물납거부 사유에 해당되지도 않는 토지인데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물납신청을 거부한 사례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과세관청의 거부 이유는 단순히(?) '처분이 곤란하다', 였는데요. 심판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 "재산가치 있는데 물납 왜 안 받나" = A씨는 지난 3월 사망한 남편으로부터 토지 등 재산을 상속받은 뒤, 납부해야 할 상속세 전부를 토지로 내겠다고 과세관청에 물납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건 물납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과세관청의 답변이었습니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의 비율(75.8%)에 비해 물납 신청액이 과다하고, 물납 신청한 토지가 관리·처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A씨는 "쟁점 토지가 근린공원이라 매매가 곤란해 물납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지만, 상속받은 토지는 모두 자연녹지지역 및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이러한 토지도 상속세 과세대상으로서 그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더욱이 감정평가법인과 감정원에서도 이미 해당 토지에 대해서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물납을 거부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과세관청은 그때그때 돈으로 바꿀 수 있는가의 여부를 따지는, 즉 '환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상 근린공원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에는 환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부동산 중개인도 근린공원은 실질적으로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이에 해당 토지는 ‘관리·처분상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물납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심판원 "근린공원, 처분 부적당한 재산 아니다" = 조세심판원은 물납을 거부한 과세관청과는 입장을 달리했습니다. 해당 토지가 근린공원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처분할 수 없는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심판원은 심판결정문을 통해 "상속세의 물납제도는 그 세액이 거액인 경우가 많고, 취득재산의 환가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 재산의 처분이 어려워 그 처분을 강요하다 보면 실질적인 재산가치에 따른 대가를 닫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납세의무의 성립과 범위·징수절차 등은 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행정편의주의적인 유추해석과 확장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에 "쟁점 토지가 재산으로 평가되어 상속세 신고가 이루어졌고 개별공시지가를 고려하면 재산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이와 더불어 쟁점 토지가 토지이용계획확인서상 근린공원 지역에 위치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재산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비추어 쟁점 토지의 물납을 거부한 처분은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4구37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