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위탁자별로 구분·합산해 산정
재산세는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에게 부과된다. 신탁은 형식적으로는 신탁회사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탁자가 부동산의 관리·운용 방법을 결정하고 그 과실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계약관계와 구분된다. 그렇다면 신탁재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는 신탁자일까 수탁자일까.
대법원은 최근 신탁재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는 수탁자라고 판단하였다.
신탁의 경우 형식적인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된다. 반면, 경제적 과실은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신탁재산과 관련된 세금에 대한 납세의무를 누가 부담하는지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방세법이 2014년 1월 1일 개정되기 전까지 지방세법은 수탁자 명의로 등기·등록된 신탁재산의 경우 위탁자가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런데 수탁자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를 마치지는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라는 규정은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를 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위 지방세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재산세의 원칙적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가 즉, 신탁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사실상 소유하는 자는 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수탁자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수탁자는 신탁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신탁재산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리고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관리·처분해야 하는 신탁계약상의 의무만 다하면 된다. 따라서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사실상 소유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도 부담하므로, 수탁자가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면 모든 신탁재산을 합산하여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해야 하는지도 문제된다. 종합부동산세는 보유한 부동산의 가액이 클수록 세액이 커진다. 따라서 수탁자가 모든 신탁재산을 합산하여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면 수탁자가 부담하는 세액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해 위탁자별로 신탁재산을 구분·합산하여 각각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탁자 별로 각각 독립되어 있으므로 이를 모두 합산하여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2014년 1월 1일 개정된 지방세법은 종전과는 달리 수탁자를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보고 있다. 또한 신탁재산에 관하여는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위탁자별로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도 명확하게 하였다.
대상판결은 개정된 지방세법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개정된 지방세법 아래에서도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문제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우에도 수탁자가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명확하게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4.11.27.선고 2012두2685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