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 이미 포화상태…규제풀어 자율경쟁 맡겨야"

은행 신규진입 "규제 풀어야" vs "이미 포화상태" 
영업행위 규제 "네거티브 방식" vs "은행 책임 커질수도" 

국내 은행산업은 포화 상태에 놓여 수수료 등 은행서비스 가격에 대한 규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어서 은행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민성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세일보 주최 '은행규제개혁 어디까지 왔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국내 은행산업은 포화상태여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가격 규제가 없어도 경쟁을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 상무는 이와관련 은행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정책도 금지하지 않는 업무는 제한없이 영위할 수 있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전환해 은행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정부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제2차 금융규제완화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지난해 은행들로 부터 규제완화를 위한 700여개의 건의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최근 발표한 금융규제완화 정책에 반영됐다"고 설명하며 은행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뜻임을 밝혔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은행업으로 신규진입하는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 경쟁자가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하고 "구조적 규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역선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므로 행위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개혁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이렇듯 애매모호 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라며 "규제는 경쟁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며 그 목적은 거래되는 재화를 최적 배분하는 것"라고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윤수 과장은 이 교수의 이같은 견해에 대해 "제도와 규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돼야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며 반대입장을 표했다. 이 과장은 "2008년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진입에 대해 인허가를 많이 내줬으나 대기업의 계열사 밀어주기 형식이 많아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했다"며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난색을 표했다. 

최성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은행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에는 동의하면서도 "은행권에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규제를 선호하지만 이 경우 금융기관에서 오히려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 질 수 있다"며 규제를 무조건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은행산업 해외 개방 수준 지나치게 높아"  

이날 참석자들은 외국은행들이 한국 은행시장에 진입할 때 한국의 금융산업의 규제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인호 교수는 "외국은행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수준은 일본 등의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외환위기를 맞으며 시장이 지나치게 개방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수 은행과장은 그러나 "외국은행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국내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국내 은행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인호 교수는 "우리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은 잘못된 것"이라며 "삼성과 같은 제조업이 인수합병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성장해서 경쟁력을 갖춘 것을 은행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윤수 과장은 "해외 A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낮게 거두면 본사에 규제 때문이라고 보고하지만, 속을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의 경쟁력은 좋다고 생각한다.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 등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 해외에 나가서 경쟁력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최성일 국장은 "무작정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된다. 규제는 실제로 광범위한 비용을 수반해 금융서비스 가격에 포함된다"며 "국내 은행의 경우 규제개혁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술금융지원에 은행 역할 강조되면 곤란"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술금융의 지원을 위한 은행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인호 교수는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는 집단과, 돈은 있지만 기술이 없는 집단을 연결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은행의 경우 예금을 모아 관리하는 주체로서 위험에 대해 보수적인데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투자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술금융은 엔젤투자자 벤처투자자 등 기술금융 전문성이 있는 집단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의 민성기 상무도 "은행권이 기술금융을 적극 확대하는 등 금융혁신을 이루고자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하지만 기술금융 등 실물에 대한 지원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핀테크의 실효성에 의문 제기되기도 

김주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역은 "인터넷전문은행, 은행의 계좌이동제, 복합점포 허용과 같은 규제완화 조치들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평판 위험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역은 "핀테크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정보 보안과 제2금융권의 진출이다"며 "은행권에서 제3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의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인터넷은행은 대출금리가 싸고, 대출기간이 더 길지만 인터넷뱅킹이 상용화한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얼마큼 줄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윤수 과장은 "인터넷은행과 인터넷뱅킹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터넷뱅킹은 오프라인 상황을 온라인에 부여한 것뿐이지만, 인터넷은행은 온라인상 서비스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국내에서는 시장이 작지만 글로벌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수익기반 확충 위한 규제완화 돼야"  

은행연합회의 민성기 상무는 또 "우리나라는 '서비스가 공짜다'라는 인식이 있지만 수수료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라며 "이에 대한 규제 환경을 풀 수 있어야 한다"며 은행의 수익률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 상무는 "어떤 사업이든 투자대비 응분의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 사업은 존립이 불가능하므로 사업의 지속을 위해 최소한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이 나야 한다"며 "이를 용인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의 이익규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은행이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시스템 안정의 기반이 된다"며 "국가경제 전체의 건전성 유지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은행 산업의 자율경영을 확대하고 핵심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