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탈세를 저지르다 국세청에 적발되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병원은 비보험 진료에 대해 할인 혜택을 내걸고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현금영수증을 내주지 않는 방법과 신고 된 사업용 계좌가 아닌 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해 진료비를 입금 받고 수입 금액 신고를 누락하는 방식 등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때문에 국세청은 2012년부터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1건당 50만원이었던 포상금도 100만원으로 올려 차명계좌 근절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재산은닉과 자금세탁 등의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차명거래금지법'이 시행되기도 했죠.
이번에 소개할 조세불복 사례 역시 차명계좌를 이용해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병원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성형외과에서 실장으로 근무하는 부인 계좌에 차곡차곡 현금을 쌓아두던 의사 A씨. 과세관청의 날카로운 칼날을 피해갈수 있었을까요.
□ "장부 기준으로 과세해야지"vs"현금거래 기록 안 된 장부로?" = A씨는 1992년부터 줄곧 성형외과를 운영해 오던 의사로, 지난 2013년 과세관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조사결과 관리실장으로 근무하는 A씨 아내 명의의 은행계좌로 성형수술 등의 대가를 수령한 사실이 밝혀졌고, 과세관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입금된 금액 중 사인간의 거래를 제외한 금액에서 현금영수증 발행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매출누락액으로 보아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고지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과세관청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과세관청이 병원 장부를 근거로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진료수입금액을 산정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A씨는 "과세관청이 장부 기타의 증빙을 근거로 과세표준을 경정하지 않고, 예금계좌의 입금액의 약 70%를 진료비 수입으로 추정해 입금은행이 377미터 밖인 경우(약 30%)는 개인적 거래금액으로, 377미터 내인 경우(약 70%)는 진료수입금액으로 보아 과세표준을 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세관청은 예금계좌의 입금자가 대부분 환자명단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나, 입금자와 환자명단이 일치하는 금액은 19.7%에 불과하고, 377미터라는 합리적 근거가 없이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진료수입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과 근거과세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우선 "예금계좌가 A씨의 차명계좌로 사용되어 의료수입금액이 입금된 것에 대해서는 과세관청과 A씨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조사대상 기간 동안 타인이 송금한 금액은 입금자가 총 324명(입금건수 : 424건)명의 다수인으로 성형수술비 상당액에 해당되는 금액이 조사대상 기간 동안 계속 입금되었고, 병원에 전산 등록된 환자는 총 1004건으로 내원자의 명단과 예금 입금자의 성명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세관청은 또 "조사대상 기간 동안 가까운 은행지점을 통해 예금계좌에 현금으로 입금되었고, 입금 시 주로 이용한 은행은 사업장에서 직선거리로 377미터이고 또 다른 은행은 직선거리가 200미터"라며 377미터 내에 위치한 은행에 입금한 금액을 의료수입금액으로 본 과세표준의 근거를 밝혔습니다.
□ 심판원 "차명계좌 이용한 탈루 맞다" =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핀 심판원은 관세관청의 과세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과세관청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의료수입금액을 산정해 위법·부당하고, 쟁점금액에는 차입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차명계좌를 이용해 의료수입금액 등을 수령한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는 바, 수령한 금액 중 의료수입금액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A씨가 소명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입금 반환이라고 주장하는 대부분 금액이 현금으로 지급되어 차입거래인지 불분명한 점, 조사대상 기간 동안 병원에 전산 등록된 환자는 총 1004건으로 내원자의 명단과 예금 입금자의 성명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과세관청의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다만, A씨의 수입금액 허위 기장률은 과세기간별로 2008년 68.5%, 2009년 65.8%, 2010년 54.1%, 2011년 66.0%, 2012년 70.2%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을 산정함에 있어서 필요한 장부와 증빙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추계해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17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