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정의의 여신상
법원이 유명 대기업 오너의 아들이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은 15억원 가량의 세금(증여세)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행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을 뚜렷한 근거 없이 유추적용한 국세청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대기업 U사 회장의 아들 A씨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아버지로부터 H사 주식 2만주(액면가 5000원)를 증여받았다.
A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U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2006년 실시된 H사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추가로 8만주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후 A씨는 H사 주식 전량(10만주)을 S사에 35억원에 양도했다(2009년).
국세청은 지난 2012년 H사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가 보유했던 H사 주식의 가치가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에 명시된 '타인의 기여'에 의한 가치증가 케이스인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 15억원 가량을 부과했다.
특히 H사의 매출이 아버지와 친인척들이 대주주로 있는 U사 계열기업들의 '지원(기여)'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했으며 주식의 양도 자체도 아버지와 U사 임직원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명시된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은 과세대상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재산가치 증가액 등)계산 방법에 관해서는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증여재산가액 계산과 관련해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유 씨가 H사의 주식을 취득한 이후 이를 양도할 당시까지 법에서 규정한 재산가치 증가사유 중 어떠한 사유도 발생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추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타인의 기여에 의한 증여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오너로 있는 U사 계열기업들의 기여가 재산가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측정하기 곤란해 증여재산가액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가 판 주식가치 증가에 대해 관련 규정이 유추적용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주식 가치증가에 대해 당국이 과세근거로 제시한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2014구합647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