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소지·과잉입법·자영업 타격…보완책 마련 시급
국회는 3일 공직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접대 향응 문화에 일대 대변혁이 몰아칠 전망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청탁과 접대·로비문화를 막아 공직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강력한 법안이라는 기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위헌소지와 과잉 입법 논란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은 채 처리되어 향후 대통령령이나 개정안 형태로의 보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수사기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김영란법' 지연에 국민 비판…2월 국회 처리 시한 =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16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했다. 여야는 대선 기간이 맞물린 당시 국회 쇄신차원의 법안으로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뜻을 명확히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을 내세우며 국회를 향해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여야 논의가 본격화 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1년6개월 동안 이해충돌 방지 영역과 법 적용 대상 등을 놓고 논의만 거듭한 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처리 지연에 국민적 비판이 일자 정무위는 지난 1월 법안을 통과시켰고 2월 국회에서 지연될 경우, 국민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여야는 2월 국회 처리 시한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3월3일 본회의 통과를 약속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도 약속을 지키는 구나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고,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 역시 "일부 사항을 수정하고서라도 이번 기회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 직업선택·언론의 자유 침해 우려…법적용 형평성 논란 = 우선 위헌소지가 있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정무위안에서 빼 추가입법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해충돌 방지 영역은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이지만 단순히 공직자와 친인척 관계로 연결된 것만으로 법의 규율을 받게 되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
정무위는 김영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속히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추가입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언론인의 경우 비판 언론에 대한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거다. 법원과 검경 등 수사기관의 권한이 과도해지면서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과 횡포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 한 국회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적용을 할 우려가 있어 얼마든지 남용할 수 있다"며 "공직자나 언론인, 학교 선생님들까지 검열 대상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 이대로 시행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서 개정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사기관 비대화 권력 남용 우려…업계 종사자들 '된서리' = 또한 공공성을 가지는 민간부문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할 경우에 대한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사회적으로 공적기능을 담당하는 병원 등 의료시설 관계자나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또 방산업체 등도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여야 모두 인식하고 있어 법 시행 이전인 1년6개월 동안 보완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법안 통과 후 "선진국가로 나가기 위한 이정표"라고 평가를 하면서도 "과잉입법 등 논란에 대해서는 법 시행 이전에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골프 접대나 향응과 선물 등이 집중적으로 규제되면서 관련 업계도 볼멘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를 위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나서 불만을 이야기할 수 없는 처지지만 향후 법이 시행 될 경우 개정안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의 경제적 위축효과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접대문화와 선물 문화에 변화가 있어 횟집이나 한식당, 화훼업자 등 자영업자들에게 된서리가 내려질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추진 방향과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공직자 부정부패 고리를 끊는다는 취지에 다 공감을 하지만 그로 인해 타격을 받을 업계도 생기는 것이니 딜레마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