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기능 못하고 국내기업 재무적 투자에 머물러
사모펀드(PEF)가 도입 10년간 양적 성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고위험 투자 비중이 현저히 낮아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 2개, 약정액 4000억원으로 출범한 사모펀드는 2014년 277개, 약정액 51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대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사모펀드 출자가 확대됐고, PEF 설립 및 운용실적이 있는 운용자의 재설립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지난 10년 간 PEF의 총 투자액은 46조1000억원, 투자한 회사 수는 총 690개사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투자는 '보수적' 투자 성격을 가진 국내기업과 재무적투자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의 국내 기업 투자 비중은 2007년 90.6%, 2009년 96.4%, 2011년 88.1%, 2013년 93.4%, 2014년 90.8%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해외투자는 국내투자와 달리 엄격한 운용규제를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피하고 있는 셈이다.
또 대부분의 국내 사모펀드는 기대수익률이 7~8%인 보장성 투자 성격의 재무적 투자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전체 277개 중 차입투자를 하고 있는 사모펀드는 21.7%인 60개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사모펀드가 전략적 투자자로 투자회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한 비중은 25.7%에 그쳤다.
모 사모펀드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재무적 투자에 차입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하길 꺼린다"며 "사모펀드의 모험자본의 성격은 퇴색됐다"고 설명했다.
M&A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주목받던 모험자본 성격의 사모펀드는 부재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효과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운용 규제를 느슨하게 하고, 운용자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운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 실장은 "사모펀드 운용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 재무 안정 사모펀드 확대, 영업 양수 및 합병을 통한 신설법인 투자 허용 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통해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