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인수하며 사주에 300억원 '밀어주기' 의혹
포스코건설 해외비자금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의 M&A(기업인수합병) 관련 비리의혹에 대해서도 칼날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비리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시절 포스코가 인수한 수 많은 기업 가운데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 M&A 하나만 비추어 보더라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17일 성진지오텍의 소유주였던 전정도 회장으로부터 주식 440만주를 인수하면서 주당 1만6330원에 매입했다. 인수가격은 모두 719억원이었다.
그런데 전정도 회장은 이 주식을 포스코에 팔기 6일전인 3월 11일 산업은행으로 부터 주당 9620원에 사들였다. 전체 매입가격은 424억원이었다. 전 씨는 산업은행에서 사들인 주식을 6일만에 포스코에 되팔아 295억원을 벌었다.
증권전문가들은 "전 씨가 부실기업 주식을 이용해 6일만에 3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벌 수 있기 위해서는 포스코측과의 밀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면 직접 산업은행으로 부터 주식을 사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 씨를 거쳐 비싼값에 매입한 것이다. 재계관계자는 이 경우 전씨를 돕기 위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포스코는 전 씨로부터 성진지오텍 주식을 인수한 같은날 미래에셋으로부터는 성진지오텍 주식을 주당 1만1000원에 인수했다.
같은날 동일한 성진지오텍 주식을 미래에셋으로부터는 1만1000원에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씨로부터는 1만6330원에 산 것이다. 포스코가 왜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전 씨의 주식을 사들였는지는 아직도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수전 성진지오텍 부채비율 97550%, 순자산가치 6억원
주식의 인수가격 외에도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의 경영상태가 회생불능 수준의 부실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수 직전인 2009년 말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97550%를 나타내고 있다. 회사의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은 6억원이다.
자산가치로만 따지면 6억원 짜리 회사를 포스코는 160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회사의 수익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2009년 성진지오텍은 매출 3801억원에 영업손실 262억원을 나타내고 당기순이익도 63억원 적자가 나있는 회사였다.
누가봐도 부도직전의 회사고 미래가치도 없는 회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도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의견을 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후에도 회사를 살리기위해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정도 회장은 295억원의 주식매각이익도 얻고 회사 부실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나 꿩먹고 알먹는 거래를 한 것이다.
이러한 의문투성이의 인수가 이뤄진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전 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의 특별한 관계를 거론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두 사람은 포항지역에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때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과도 친분이 두터워 재계에서는 성진지오텍 인수과정에서 박영준 전 차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번 포스코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이완구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이루지고 있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M&A관련 의혹이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6일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검찰수사에 성실히 협조하여 조기에 의혹을 해소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