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허태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액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실세인 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도 금품 전달 리스트에 있어 정부 핵심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기춘 "성완종의 악의주장"…허태열 "2007년은 클린 경선"
이병기 "도와달라고 했지만 검찰 영향 끼칠 수 있어 거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거액을 전달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9일)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중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전후해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던 허 전 비서실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7억원을 건넸고,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갈 때 김 전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를 통해 전달한 입장발표문에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거액을 건넸다는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보도된 금품수수 주장은 일말의 근거도 없는 황당무계한 허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저는 성완종씨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성완종씨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는 것은 저의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히는 일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신중한 보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 역시 이날 보도에 대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경선 당시 박근혜후보 자신이 클린경선 원칙하에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하셨고,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캠프요원들에게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참여의원들을 비롯한 캠프요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하루하루 캠프를 운영했다"며 "이는 박근혜후보 선거캠프를 매일같이 출입하셨던 언론인들께서도 잘 아시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경위를 떠나서 망인(亡人)의 이야기를 놓고 가타부타 하는 사실 자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번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거액을 전달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확보해 파란을 예고했다. 이 메모에는 앞서 성 전 회장이 밝힌 김·허 전 실장 외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병기 실장은 "성 전 회장이 최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됐을 쯤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도와달라며 구명을 요구했는데, '결백하고 오해가 있다면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검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분명히 설명했고 앞으로 연락을 취하지 말라고 했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거에 대해 섭섭함을 느꼈던 것 같다"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