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야심차게 외쳤던 '부정부패 척결'은 예상치 못하게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현 정부의 목줄을 틀어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임기 중반 국면전환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부적격' 논란으로 가까스로 임명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앞장서서 '비리 척결'을 외쳤지만 결국 현 정부 실세 핵심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명시된 8명의 인사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제외하면 모두 친박 실세들.
더욱이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루됐다는 전무후무한 의혹과 지난 2012년 대선 자금 불법수수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이름이 명시된 것 자체로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조금이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 위기탈출 출구전략, MB정부 겨냥…'성완종 리스트'로 '부메랑' = 앞서 이 총리는 지난 달 12일 '부정부패와의 전면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과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척결대상을 명시했다.
이튿날(13일) 검찰은 포스코 건설을 겨냥해 비자금 조성의혹 수사를 시작했고, 18일에는 자원개발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경남기업을 조준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포스코 건설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 MB정권 실세들이 인사와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자원외교에 대한 경남기업 수사는 MB정부가 해외자원외교를 정권의 치적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흔히 전 정권 사정은 현 정권의 '위기탈출 출구전략'을 통용된다.
지난해 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과 서민증세논란을 낳은 연말정산 파동, 박근혜 정부 3년차 내각인사들의 부적격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 쳤다. 이에 공무원연금 개혁 등 3년차 국정운영의 힘을 받고 다가오는 세월호 정국에서의 여론잡기 등을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 靑-與, 공멸 위기감에 '檢수사'로 입장 변화 = '성완종 리스트'에 핵심인사가 대거 거론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은 그동안 '사실 확인이 먼저다'라는 입장을 바꿔,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도 전날(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이 먼저 나간 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전날의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사안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대선 불법 자금문제로까지 의혹이 번지고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정권과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공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정권 치명타…비박계 지도부, 대선자금 자유로운 것도 한 몫(?) = 하지만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검찰의 철저한 수사촉구는 공멸의 위기감과 함께 입장차에 따른 변화로도 읽힌다.
우선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대처'를 주문하며 최측근이어도 문제가 발견될 경우 엄벌하겠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측근들의 비리의혹과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입장변화는 실제 비박계로 바뀐 당 지도부가 친박 의혹에 애매하게 대처할 경우 정치적 부담감이 커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선 당시 김 대표가 대선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지만 실제 대선자금과 조직을 운영하던 친박과는 일정한 거리를 뒀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서 자유롭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선 당시 캠프에 있던 한 관계자는 "대선 당시 김 대표는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지만 이미 친박 핵심에서 멀어져 실질적으로 당 선거 자금을 맡은 건 서병수 사무총장(현 부산시장)이었고, 전국 조직 운영은 조직총괄본부장인 홍문종 의원이 했었다"며 "때문에 대선 자금 문제에 있어서는 김 대표는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대선 당시 총 8명의 중앙선대위 부위원장단에 속했지만 친박과 멀어진 후였으며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선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역대 정권의 '최대 스캔들'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