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은행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 신용보증기관 등이 발급한 '신용보증서'를 받는다.
신용보증기관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고객(사업자)이 부도 등으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아주는 보증채무를 이행하며 보통 기금이나 재단 형태로 운영된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업자가 부도 등으로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신용보증서를 토대로 신용보증기관으로부터 보등채무를 받아 원래의 채무를 변제받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에서는 신용보증기관 등에 대위변제증서 등 서류를 제공하고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받는데, 원금을 먼저 돌려받는 것으로 회계처리하면 이자를 먼저 받는 것으로 회계처리 할 때와 이자수입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SC은행의 경우 신용보증기관 등이 변제해야 할 보증채무의 총액이 원금과 이자로 나뉘어 명확하게 특정되고, 신용보증기관 등이 그 전액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혼란이 생길 염려가 없다"며 과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SC은행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및 서울보증보험이 발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에 따라 고객인 채무자에게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채무자의 부도로 신용보증기관에 대위변제증서 등의 서류를 제공하고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수령했다.
세무당국은 SC은행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 결과 "이 은행이 충당 순서에 관해 약정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금을 먼저 회수한 것으로 회계처리, 이자 전액을 먼저 회수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했을 경우 추가로 발생할 수 있었던 이자수입을 누락했다"고 판단해 법인세 등을 다시 고지했다.
SC은행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신용보증약관에 "신용기관 등은 전체 채무 중 원금채무와 이자채무를 구분해 보증했고, 변제금의 성격 역시 처음부터 특정돼 있어 변제충당 순서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며 당국의 과세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처분의 근거가 된 법인세법 시행규칙의 이자우선 원칙과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변제자가 원금 및 이자의 일부에 해당하는 금원만을 지급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SC은행의 경우 주채무자로부터 교부받은 신용보증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관 등이 부담해야 할 보증채무의 총액을 원금과 이자로 구분해 특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은행이 특정된 원금과 이자 전액을 신용보증기관 등에 청구했고, 신용보증기관 등도 청구액 전부를 SC은행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인세법 등에 변제 충당 순서를 규정한 취지는 변제자가 원금 및 이자 전부를 갚지 않아 어느 돈이 어느 채무에 충당되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어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SC은행의 경우 신용보증기관 등이 변제해야 할 보증채무의 총액이 원금과 이자로 나뉘어 명확하게 특정되고, 신용보증기관 등이 그 전액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혼란이 생길 염려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세무당국이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자수입 누락분을 추가로 익금 산입해 법인세 등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해 SC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4구합655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