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무산…다 된 밥에 코 빠트린 靑-與

핵심 국정과제 5월 처리 압박한 與,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 극복 못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표류 위기에 놓였다.

전날(6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중 공적연금 강화 부분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재정절감분 20% 공적연금 강화 투입'(50%-20%) 명기 문제가 거듭 이견으로 돌출되자, 이를 국회 규칙에 넣는 대신 규칙의 부칙으로 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실패했다. 여야는 이날 처리하지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을 5월 중으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뜻을 밝혔지만 '50%-20%' 명기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5월 중 처리가 될지 미지수다.

앞서 여야는 지난 2일 공무원연금 실무기구가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 20%를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강화에 사용한다는 합의를 "존중한다"며 수용했다.

□ 朴대통령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반대…친박 지도부 합세 =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를 반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나서 "지뢰를 밟았다"며 야당과 합의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50%-20%' 문구 명기를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했고, 새정치연합이 문구 명기를 국회 규칙에 넣는 대신 규칙의 부칙으로 다는 것을 절충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추인에 실패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약속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며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 핵심 국정과제, 대통령 한마디에 '합의정신' 파기 = 문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줄기차게 올해 5월 처리를 야당에 압박해온 핵심 국정과제였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공무원연금 개혁만은 처리해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이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자신의 대표직 핵심 과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내세웠다.

여야와 공무원 단체는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면서도 지난 4개월간 협상을 이끌어왔고 결국 지난 2일 연금 기여율(지급할 보험료)은 7.0%에서 9.0%로 올리고 받는 연금액의 비율인 지급률은 1.90%에서 1.70%로 20년간 낮춰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을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반쪽개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상하위직 공무원들의 연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 도입에 대해서는 큰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단체와 야당이 주장해온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장치 등이 포함된 것 역시 합의에 의한 성과다.

하지만 개혁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50%-20%' 문구 명기에 박 대통령과 정부가 반대하면서 공무원연금개혁마저 무산된 것이다. 엄연히 입법권이 있는 국회 합의를 행정부가 깬 셈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보험료 2배 인상' 논란을 지핀 것 역시 국민 여론을 자극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6.69%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16.69%는 2083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전제로 부풀려 계산한 것이다. 이에 야권은 복지부 자료를 근거로 "2060년 고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현재도 46.5%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더라도 보험료율은 지금보다 1%포인트 많은 10.01% 수준"이라며 반박했다.

현행대로 해도 2060년 기금고갈이 예측되는 만큼 1%포인트 추가 부담해 소득대체율이라도 올리자는 논리다. 또 직장인의 경우 사업장과 반반씩 내는 구조여서 추가 부담은 반반씩 0.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與 투톱 "靑, 합의 내용 알면서 이럴 수 있나"…갈등 양상 =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형국이 된 상황이다 보니 여당 내 '투톱'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드러내는 미묘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를 향해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는 취지의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도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며 "청와대가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 청와대를 옹호하며 지도부를 맹비판했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역할을 망각하는 언행과 행동을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장우 의원도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탓하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당청 간 관계와 친박-비박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새정치, 7일 새 원내지도부 선출…與 재협상 시도 = 새누리당은 7일 오후 새롭게 선출되는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와 재협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다시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50%-20%' 합의를 내세우며 문구 명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새 원내지도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설사 새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안을 받는다 해도 지도부와 의원총회 추인을 받을 확률도 낮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지난 2일 양당 대표-원내대표 간 합의가 여야와 정부, 전문가, 공무원단체 등이 모인 실무기구의 합의를 전제로 한 점과 '50%-20%' 문구를 부칙에 명시하는 것으로 양보한 것을 내세우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