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세법심의 안 하시나요?"=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104년 세법개정안' 중 상당수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수차례 국회에서 논의될 여지가 있었지만, 국정현안과 직결되는 타 법안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사진은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회의실.
상속증여법, 국제징수법 등 8개 법안 '계류'
"당장 급한 거 아니다"…6월 국회 처리도 '불투명'
정부가 과세형평성과 세원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당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무려 9개월 동안에 걸쳐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연말정산 대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보완대책(소득세법 개정안)에 밀려 4월 임시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가운데, 법안처리는 다음 회기(6월 국회)로 밀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법안 대다수가 직접적인 세수(稅收)와는 관련이 없어 상대적으로 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는 하나, 법안 처리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 등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안), 국제징수법, 조세범처벌법, 조세범처벌절차법, 관세사, 세무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교통에너지환경세법 등 8개 법안(정부안, 의원입법안 제외)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정부가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9월 중순을 전후해 국회에 제출한 점을 감안하면 낮잠을 잔 시간만 무려 9개월이다.
상증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이 난 것은 지난해 12월2일.
당시 해당 법안이 담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의 매출액을 확대(3000→5000억원)하는 내용에 대해 '부의 세습'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 여당에서마저 이탈표가 생김에 따라 법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상증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재차 발의됐으나, 12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원회 가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부자감세' 논란을 촉발시켰던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 매출액 5000억원의 기준점이 여전히 손질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향후 세법심의가 재게된다 해도 난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증법을 제외한 7개의 비(非)예산부수법안은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국회 본회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들 법안에는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집주인(임대인)의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거나, 조세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세무사업계에 대한 '규제완화' 측면에서 추진되는 법안(세무사 개업·폐업 시 신고의무 폐지 등)도 포함됐다.
당시 세법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잠정합의 판정을 받았으나, 예산안 처리시한에 쫓기면서 비예산부수법안인 이들은 처리 대상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이후 "국회설득 작업에 매진해 통과시키겠다"던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직접적인 세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국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의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당장 급한 건 아니다'며 반쯤 포기한(?) 상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인해 상증법이나 비예산부수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국회설득 작업을 꾸준히 하겠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이 중요한 법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통과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