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사고 <사진: SBS 뉴스 캡처>
'예비군 총기사고'
육군이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예비군 총기사고에 대해 가해자의 계획적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예비군에 대한 허술한 관리와 어설픈 현장 대처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송파·강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육군 중앙수사단은 14일 "범행 동기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가해자 최모(23)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최 씨가 지난달 22일 친구에게 '5월12일 난 저세상 사람이야, 안녕'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10건을 보낸 것이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12일은 최 씨가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한 날이다.
수사단에 따르면 최 씨가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100여건에 달했으면 이 중 10건이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의 친구는 이 메시지에 대부분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3일 사망 직후 그의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는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최 씨는 동료 예비군을 향해 총기를 쏘기 쉬운 맨 왼쪽 1번 사로에 자리를 잡았으며 고정을 위한 안전 고리에 총기를 걸지도 않았다. 수사단은 10초 안에 최 씨가 다른 예비군과 자신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창에 10발의 총탄을 받은 최 씨는 1사로에서 표적지를 향해 1발을 발사한 다음 뒤로 돌아 부사수로 대기하던 예비군 윤모(24) 씨에게 총을 발사했으며 이후 2, 3, 5사로에 있던 3명의 예비군을 쏘았다. 4사로에 있던 예비군은 10발 사격을 이미 끝낸 상태라 급히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동료 예비군들을 향해 7발을 쏜 최 씨는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쏘고 숨졌다. 이는 모두 10초 안에 벌어진 일로 훈련 통제를 위해 사격장에 배치됐던 대위급 장교 2명과 현역병 조교 6명은 최 씨의 돌발행동에 모두 사로 뒤 경사지로 몸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를 제압해야 할 가장 가까이 있는 지점의 현역병은 무려 7m 이상 떨어져 있었고 중앙통제관 장교 1명도 몸을 피한 뒤 총소리가 멎고서야 대피 방송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 관계자는 "예비군은 총기를 안전 고리에 채우도록 돼 있고 조교가 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 씨를 통제하는 조교는 그가 안전 고리에 손을 대는 모습만 보고 총기를 고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다른 예비군들은 모두 안전 고리에 총기를 고정한 상태였지만 최 씨 홀로 총구를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빚어졌다.
또 사격장에 배치된 장교와 현역병들은 모두 무장하지 않은 상태라 제압에 여러움을 겪었으며 조교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1사로를 최 씨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