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전날(3일) 메르스 사태 관련 긴급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당 지도부와 갈등은 빚은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메르스 사태 긴급 당정청 회의 제안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제공 청와대)
靑, 메르스 당정청 회의 거부 논란…'책임 방기'
친박, 이 와중에도 거듭 '유승민 사퇴' 압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전염확산이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청와대와 여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돼 논란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생긴 새누리당 내부 갈등이 메르스 사태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메르스 격리환자가 1600명 넘어서고 의심자도 60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새누리당이 제안한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거절해 '책임방기', '감정적 대응'이라는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 靑, '당정청 회의' 거부 "수습이 먼저"…'파워게임' 양상 뚜렷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날(3일)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를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메르스 수습이 중요한 만큼 지금 회의를 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현재 메르스 수습으로 바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회의에 나오게 하는 것이 부적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거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당청 간 '파워게임' 양상과 메르스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법 개정 갈등을 놓고 "당청이 국정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사실상 유승민 원내지도부 체제를 부정했다.
또한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4일 메르스 사태에도 '유승민 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사퇴'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거부가 단순히 '사태 수습에 바쁜' 것을 핑계 삼은 게 아닌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與 일각 "국가적 위기 상황, 당청 대화 안하는 정부가 어디 있나" =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 그대로 메르스 사태가 지금 심각하니 당정청 회의를 하는 게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정청이 회의도 안하고 각자 따로 노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국민 불안과 불만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당청 간 대화를 안 하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국회법 개정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당정청 회의 의미가 없다고 먼저 청와대가 돌아선 상황에서 청와대의 그런 해명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수습을 위해 당청이 힘을 합치기보다 '파워게임'으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 "나는 잘 모른다"며 즉답을 피하면서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망신'을 당하는 등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국회법 개정 문제를 놓고 파워게임을 하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 "대통령, 국회법으로 화가 많이 난 듯"…"지금 분열할 때인가" = 친박계 인사는 조심스럽게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나신 거 같다"며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이 불안하고 우려가 깊은데, 국회법은 잠시 접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데…"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법은 시행령 권한에 대한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문제이지만 메르스는 국민과 직결된 문제 아니냐"며 "민생, 국민을 만날 외치면서 정작 국민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을 못하면 국민 신뢰가 올라가겠느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정청 회의를 거부한 청와대에 대해 "옹졸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국회법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생긴 문제라 더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 친박계 '비박계 지도부' 성토는 여전 =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도 거듭 비박계 지도부를 성토하며 갈등을 빚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로) 위중한 시기에 정략적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도의에 어긋난 말로 서로를 비방하는 건 품격을 떨어뜨리고 불신을 자초하는 행위"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자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앞으로 당 대표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 얘기한 사람은 당 싸움 일으킨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런 문제 없다고 얘기한 사람을 나무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 무한 책임의 자리"라며 "위급한 메르스 사태 속에 당에서 요구하는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가 사실상 보이콧했다. 이는 유승민 체제를 신뢰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