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의 주가가 세무조사 사실이 밝혀진 직후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가 단기간내 반등하며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경제적 '폭격'으로 여겨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국세청이 친기업 성향으로 돌아선데다 증시의 거래량 증가로 세무조사의 영향력이 1년새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등 세무조사 직후 주가 반등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 12일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주가가 0.9% 떨어졌지만 7영업일 후에는 오히려 5.2%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도 4월 1일 세무조사 사실이 알려진 뒤 미동도 없이 11만9500원의 주가를 유지하다가 7영업일 후에는 12만5000원까지 오름세를 보여 세무조사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엘레베이터(2월 24일)와 대한항공(3월 23일), 한미약품(4월 24일)은 이례적으로 세무조사 사실이 밝혀진 다음날 주가가 각각 1.05%, 3.28%, 3.65%씩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여세를 몰아 7영업일 이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업 세무조사가 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추징액 부과가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다수이다.
유유제약은 지난달 6일 세금을 추징받았다고 공시했음에도 불구하고 12일에는 상한가를 쳤다. 캠시스도 세금추징 공시 전보다 주가가 뛰었다. 신일약품과 안국약품도 추징액 공시 후 주가가 올랐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도 4월 2일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추징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지 이틀 만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일주일 후에는 추징액 발표 전 주가를 뛰어넘었다.
제일모직과 아시아나항공은 주가 회복이 다소 더딘 편이었지만 2-3주 이내 상승세를 타 세무조사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제일모직은 세무조사 착수 소식이 시장에 퍼지자 하루 만에 주가가 5.31% 떨어졌고, 세무조사 익일인 25일에는 2.06%가 더 빠졌다. 하지만 삼성SDS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5월 13일을 기점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 반전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세무조사 발표 다음날인 5월 12일 주가는 3.50% 하락했지만, 여행객 수요 증가 등 운송부문에 호의적인 시장 여건이 반영되면서 20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 "세금추징 심각한 수준아니면 불확실성 제거로 호재"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세무조사 착수 소식이 들려오면 주가는 출렁했다.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기업은 국세청이 요구하는 자료 요구에 꼼짝없이 응해야 하고, 막대한 추징금을 물어 경영상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추락은 덤이다. 세무조사 소식만으로도 비리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세금 추징 공시 기업 13곳 가운데 8곳이 일주일 후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세금 추징=주가 하락'이라는 공식이 이제는 부등호를 그리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기부양위주로 돌아서면서 친기업 성향을 보이자 투자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세무조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친기업 성향으로 바뀌면서 세무조사 소식이 들려와도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세금 추징액이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 정도라면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