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 사례분석 그럴싸… 경제양극화·통일·고령화·조세·복지 해법·비전은 모호
대략 2010년 전후로 각 신문에 경영학의 구루(guru, 힌두교·시크교의 스승이나 지도자, 대가나 전문가)를 소개하는 인터뷰나 기사, 칼럼이 경쟁적으로 게재되기 시작했다. 주로 주말판이나 월요일자, 또는 금요일자에 실린다.
읽어보면 과연 조그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더 큰 회사에서 경영관리를 중추적으로 맡고 있는 간부들이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경영이론이나 구루의 일가견이 쩍쩍 들어맞을 정도로 녹록지 않다. 영세한 기업에선 이를 실행할만한 비용·인력·시간의 여유도 없다.
경영학박사를 따고 경영전문지를 펴내는 한 지인은 필자에게 ‘경영전문지도 구독하고 사업에 영감을 얻도록 하라’고 권유하지만 필자는 ‘그저 신문에 나오는 것 읽는 것만으로 충분해. 알면 뭐하나 시간과 돈이 있어야 실행하지’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그러면 그 지인은 만날 그 모양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니 겨우 밥이나 먹고 살지하는 표정을 짓는다.
선각자들의 경영학, 경제학 이론에 감동할 기회는 많다. 국내외 석학들의 강연을 경청하다보면 무지하고 어리석은 우리 자신을 자책케 한다. 매끄럽고 박력있는 어조에 적절한 예시와 비유를 섞어가며 말하는 대가 앞에서, 더욱이 그들 앞에 붙은 거대한 이름값 앞에서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국가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남유럽 금융위기 등을 예견하지 못한 경영·경제학자들의 무사안일함과 그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생각하면 굳이 필자 같은 장삼이사들이 딱히 위축될 일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영·미 주류 경제·경영학 위주로 유학하고 귀국해 영·미 경제·경영학을 모방하는 행태를 보이는 국내 학계 주류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큰 그림을 대안으로 내놓아야 빈부갈등, 동서갈등, 기업간 불공정거래, 조국통일 등의 해결에 기여할 텐데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 국내외 몇몇 성공기업과 경영자의 성공사례를 분석해 그 요인과 성과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는 학문의 존재가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설명은 얼마든지 가능한데, 예측과 대안제시는 요원하고 모호하다면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군대가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기업도 이윤만 창출하면 그만일까? 소비자는 그저 쓴 돈만큼 만족하면 그만이고 이윤창출과는 동떨어진 존재일까?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 운운하며 기업에게 공적인, 이타적인 일을 수행하라는 것도 이치에 맞는 얘기인가? 양극화가 날로 심해져, 이러다간 사회가 붕괴할 것 같은데 경영학자는 그저 부자 편만 드는 논리나 개발하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또는 아직도 보편적 복지가 한국엔 부족하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를 늘려야 할까? 세금은 얼마나 불합리하게 낭비되고 있는가. 최소한으로 거둬 최대한으로 혜택을 주는 묘안을 없을까? 인구고령화의 해법으로 다산(多産)을 꼽는데 그게 과연 최선이고 해결책이나 될 수 있을까?
필자의 궁금증과 의문 제기는 한도 끝도 없다. 하기야 왜 삼성전자의 주식 한 주가 왜 130만원이나 가는지를 이론적으로야 대충 동의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 같은 우인이 어디 한둘일까? 경영학이 설명해주는 것에 대한 ‘2% 모자란 느낌’이 100% 충족될 때까지 학계가 혁신적 사고를 통해 대답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