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악화일로…'희망'고문하는 대통령

◈ 박 대통령 "희망을 줘야"…유승민 "단순한 희망만으로 종식되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거듭 국민 불안을 경계하며 '희망'을 강조했다. 이는 거듭 사망자 및 확진자, 격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과 동떨어진 현실인식으로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의 인식과도 궤를 달리했다. 

현재 메르스 사망자는 2명이 늘어난 총 16명이며 확진자는 총 150명이다. 또한 격리자가 1만 명까지 늘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이런 '바람'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인식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메르스라는 새로운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 의료계,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고 정치권과 언론 등 모두가 국민들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고 지자체들과도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강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컨트롤타워' 역할이 최경환 총리권한대행임을 강조하며 "(총리권한대행이)컨트롤타워로서 매일 아침 8시 관계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범정부 메르스 점검회의를 열어서 메르스 방역 및 지원 상황을 점검하고 또 필요한 조치 사항들을 즉각 추진해 오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 방역 전문가, 지방정부 그리고 온 국민이 다 함께 전국가적으로 전력투구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국민생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것과 함께 경제 피해를 우려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하루 속히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겠다. 휴업 중인 학교들도 이제 의심자 격리, 소독 강화, 발열 체크 등 예방조치를 철저히 하고 정상적인 학사일정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메르스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종식이 가장 큰 당면과제이지만 메르스 사태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극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경제가 예기치 않은 메르스 사태까지 발생해 경기 회복의 불씨가 다시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각 부처는 메르스 조기 종식과 파급 영향 최소화를 위해 메르스 피해 업종, 지역, 계층에 대해 세심한 지원을 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면서 정상적 경제활동을 조속히 복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정상적인 해외활동까지 영향을 미치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우리 경제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 언론을 비롯한 모두가 가급적 국민들에게 불안을 주거나 경제적 위축을 가져오지 않도록 모든 면에서 신경을 써서 대처해 주셔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자극적인 발언이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제를 부탁드리고, 관계부처에서도 전문가 의견과 WHO 권고사항, 완치자의 완치 경험 등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 설명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 지도부는 메르스 사태 악화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지적하고 보건당국의 신뢰와 정부의 대응 체제 재점검을 주문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보건당국을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로부터 나온다"라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면서 총력을 기울여서 메르스라는 질병과 공포를 극복해야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는 "단순한 희망이나 기대만으로는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의학이며 과학"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의 완치가 끝나야만 사태가 종식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대응체제를 전면 재점검해서 사태의 종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 박 대통령 지지율, 메르스 사태 2주 만에 10%p 하락…34.6%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주 만에 10%포인트 이상 하락, 34.6%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주간 단위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 주보다 5.7%포인트 떨어져 34.6%로 나타났다. 이는  메르스 사태가 악화된 지난 2주전과 비교하면 10.1%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의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동안 10%포인트 이상이 떨어진 것은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0.8%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메르스 사망자 및 확진·격리자 수의 증가, 3차 유행에 대한 우려, 감염경로의 다단계화에 따른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 등으로 인한 정부대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르스 사태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주자 지지도는 지난 주 보다 6.1%포인트 급등, 19.9%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5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