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병원, 특히 치과는 공포의 대상이다. 치과에 가자는 말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거나 병원 문 앞에서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은 치과공포증은 일시적인 심리적 두려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평생 이어져 구강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털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이 ‘호주치과저널(Australian Dental Journal)’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과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치과에 갈 필요성을 인식한 뒤 진료예약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7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공포증이 없는 사람은 3일이 걸린 것에 비해 5.7배나 더 걸린 셈이다.
이런 경우 성인이 된 뒤에도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 치과 방문시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다. 결국 평생 치과를 멀리하게 되면서 충치, 치주질환, 치아손실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치과에서는 소아 환자의 공포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면치료와 웃음가스(N2O가스,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진정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진정요법은 일반적인 충치치료 외에 임플란트, 사랑니발치, 심미보철, 치아교정, 스케일링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세종시 맘애든치과 안슬민 원장은 “진정요법은 아이가 받는 심리적 충격과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최소화해 향후 치과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전문적인 교육을 수료한 의사에게 진정요법을 받으면 치과치료의 질과 안전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면마취는 꿈꾸는 듯한 가수면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환자의 의식과 신경을 차단하는 전신마취와 다른 개념이다. 수면마취로 인한 장애나 후유증에 대한 걱정 없이 치과치료를 효율을 향상시킨다.
수면치료 당일 자정 이후부터 금식 상태를 유지하고 병원에 가 수면진정제를 복용한다. 진정제 용량은 아이의 건강상태, 체중, 나이, 행동양상 등을 고려해 의사가 판단한다. 보통 30분~1시간 뒤 약효가 나타나고, 아이가 잠든 뒤 치료가 시작된다. 먹는 진정제만으로 진정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땐 웃음가스를 함께 사용한다.
웃음가스로 불리는 아산화질소가스는 달콤한 냄새를 지닌 무색 기체다. 안슬민 원장은 “웃음가스를 흡입하면 의식이 유지된 상태에서 몸이 나른한 느낌이 들면서 불안감과 통증이 줄어든다”며 “겁이 많은 아이는 웃음가스를 통해 마음이 진정될 수 있고 구토, 구역반사가 심한 아이에게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웃음가스는 18세기부터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가진 물질이다. 치과에서는 19세기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가 진통제나 마취약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성에 대해 염려하는 부모가 많지만, 웃음가스는 임상에 사용된 지 150년이 넘었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바로 폐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중독성과 후유증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호흡계, 심혈관계, 위장관계 등 대부분의 장기에 별다른 자극을 주지 않아 치과공포증을 가진 성인에게도 쓰인다. 가스 흡입 후 단 수십 초안에 진정효과가 끝나므로 바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치과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치과진료를 잘 받기 위해선 부모의 태도도 중요하다. 평소 치과에 대해 징벌의 의미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다. ‘너 이 안 닦으면 치과에 가서 드릴로 이를 깎는다’ ‘양치질 안 하면 치과 가서 아프게 이 뽑는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하면 아이는 치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져 기피하게 되고, 이는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치과는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 상태를 검사하고 자신의 이 상태를 잘 관리해 칭찬받는 곳이라고 설명해주는 게 좋다. 또 치과를 방문하기 전 아이에게 병원에 간다는 사실과 목적을 확실히 알려주고 내원하면 아이의 행동조절에 도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