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與 '친박VS비박' 갈등 전면전…野 국회일정 '올 스톱'
시민사회 "국론 분열, 국회 재의결해야" 성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몰고 온 파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터트린 거부권 폭탄 때문에 여야 모두 혼란에 빠졌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25일 '유승민 사퇴' 압박에 나선 친박계와 이에 맞서는 비박계의 갈등 양상이 구체화되며 내홍을 겪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을 성토하며 국회법 재의 일정을 잡을 때까지 모든 의사일정의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먼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노골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같은 경우 과거 원내총무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책임진 일이 있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를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또 "관습도 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법안 자동폐기'를 주장했다.
□ 친박 '유승민 사퇴'촉구 vs 비박 "바람직하지 않아" = 친박계는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나아가 친박계 일각에서는 '유승민 사퇴' 기자회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유 원내대표는 무능한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당시 유 원내대표가 당청 간 조율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조율을 거쳤다고 보고하고,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적 요소로 운영위 소위서 계류됐음에도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하는 등 문제가 있다. 원내대표의 책임만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숙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영위 소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적 요소로 계류됐음에도 아무 문제없이 통과될 법이라고 보고한 유 원내대표의 설명은 의총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단축시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고 꼬집었다.
비박계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이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우려는 그 자체로서는 존중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원내지도부 불신임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비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재선의원 13명은 이날 거부권 행사 직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이날 열릴 의총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해 '친박-비박'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정의화 의장 "재의 부칠 것"…안철수 , 대통령 '탈당'요구까지 =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로 돌아올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자동 폐기하자는 친박계 주장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오후 연이어 의총을 열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모욕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메르스 관련법에 대한 논의도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메르스법은 일단 처리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또한 국회법 재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장과 여야 당 대표 3인 회동을 제안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메르스 사태 수습에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했던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한 일에는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일관된 불통과 독선적 국정운영의 결과인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는 국회에 대한 거부이며 국민에 대한 거부"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을 향해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을 주장하며 "여당과 국회와 싸우지 말고 가뭄과 메르스와 싸우라"고 꼬집었다.
□ 시민단체도 격앙 "국론 분열…국회 재의결해야" =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에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법 위에 시행령'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위임입법에 대해 국회가 입법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 처리한 법률을 일부러 재의결에 부치지 않고 자동폐기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즉각 재의결에 부쳐 확정 공포해야 한다"고 표결절차를 밟을 것을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메르스로 온 국민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정쟁과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재의결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