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투 4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가다!

지난 6일,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안명옥)은 메르스 1호 환자의 진료(5월 20일)를 시작으로 '메르스와의 사투' 48일째를 맞았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은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은 국내 병원에서 단독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리고 48일째를 맞는 7월 6일까지 의사, 간호사, 기타 병원 근무자를 비롯해 환자 보호자 등에서 단 한명의 메르스 감염자도 발생시키고 있지 않다. 기자는 이 점이 궁금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이번 르포 기사는 기자가 국립중앙의료원에 머물렀던 2시간30분 동안의 기록이자,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 사투 48일간의 기록이다. [편집자 말]

▲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나무 담장을 사이로 밖은 일상생활을 되찾고 있지만 병원 안은 여전히 긴장감이 흐른다.

7월 6일 오후 3시 30분. 장마철답지 않게 햇볕이 몹시 따가운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 서쪽 출입구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서너 명의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 출입자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외래진료 건물 앞에는 평소 같으면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주차된 차량은 거의 없고, 메르스 진료를 위한 임시 천막진료소들이 마치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나무 담장 밖 세상은 차량들이 바삐 오가며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병원 안으로 불과 몇 걸음 들어오자 긴장감이 감돈다.

기자는 병원측이 마련해 놓은 노란색 안내선(마라톤 대회 안내선 처럼)을 따라 외래 진료건물을 지나 병원 연구동으로 향했다.(안내선은 일반 방문객들이 혹시 병원 진료소나 응급실로 잘못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오후 3시 45분.  병원 연구동 2층에서 노동환 박사(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만났다. 노 박사와는 올해 3월 캄보디아 의료시설 현황을 함께 둘러보며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근 한 달 이상을 서로 보지 못하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몇 가지 질문을 바삐 던졌다. 현재 입원 환자는 몇 명이며, 몇 명이 완치됐으며, 중단된 외래 진료는 언제쯤 제게 할 것인가 등등...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메르스로 인해 지금까지 치료 받은 중증 환자는 모두 40명(누적)이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진료(입원)환자 36명 가운데 절반인 18명을 돌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메르스 1호 환자를 살려내는 쾌거와 더불어, 환자 진료에 요구되는 간호사들을 훈련해 다른 메르스 진료병원에 파견시키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외래 진료 재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임직원은 의료진을 포함해 모두 1253명이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은 환자 진료, 기획반은 전국 거점병원 현황조사 및 진료 실행계획 수립, 행정반은 계획에 따른 물품구매에서 시설보강 등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1253명 모두가 국가적 재난인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평상시 병원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가득찼던 주차장에 설치된 임시 천막 진료시설이 마치 전쟁터 분위기를 연출한다. ▲ 국립중앙의료원은 6월 10일 외래진료를 중단했다. 메르스 총력태세로 돌입하면서 병원 진료동 내부는 적막한 모습이다.

오후 4시 5분.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기조실장으로부터 지난 48일간의 메르스와의 전쟁일지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국립중앙의료원이 48일간 메르스와 사투를 벌여오며, 의료진을 비롯해 일반 직원이나 병원 방문객들에서 단 한명의 메르스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다시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 수립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권 실장으로부터는 1시간 반 이상 설명을 들었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환자를 집중 치료하며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행시키지 않은 것과 관련 두 가지를 짚어본다.

우선 권 실장은 메르스가 발병하고 환자가 병원으로 왔을 때, 국립중앙의료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치료 병동(병실)을 비우는 일과 의료진을 보호하는 일이였다고 설명했다.

이 점은 다른 병원들에서 의료진 및 병원 방문객들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오며 메르스 초기 진압에 실패한 점과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메르스에 대해 경험이 없기는 국립중앙의료원이나 다른 병원이나 매 한가지에서 전염병에 대한 방역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처음부터 대응한 것이다.

권 실장은 이와 관련 "메르스에 대해 잘 모르면 방역수준을 높게 하자는 것이 병원 방침이었으며, 이에 따라 의료진 보호 수준을 에볼라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메르스가 발생하고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언론 등에서 논란이 됐던 점은 메르스가 환자 접촉이나 비말에 의한 감염이냐, 아니면 공기를 통한 감염이냐 하는 것이었다.

밖에서 논란이 일고 있을 때 국립중앙의료원은 무조건 최고 수준의 방역 수준으로 대응한 것이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된 셈이다.

또 한 가지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처럼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방역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에 대한 경험이 있었고, 최근에는 에볼라 의심환자도 다뤄본 경험이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이 이번 메르스에서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5월 메르스가 발병하고 확산될 때, 기자의 몇몇 지인이 아플 때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렇게 답했다.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가라고.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니 의아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전투에서 총을 쏴본 병사하고, 총 쏘는 방법을 머리로만 알고 있는 병사의 전투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국립중앙의료원은 훈련된 병원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메르스 환자들이 의료진으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병실모습. ▲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메르스 중증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는 간호사들이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오후 5시 30분. 기자는 메르스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음압병실로 향했다. 그 곳에는 다수의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사명감을 갖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이다. 

▲ 의료진이 머물고 있는 공간 곳곳에는 어린이들이 보내온 격려의 메세지가 붙어있다.

약 10분 정도 메르스 환자 진료 시 이루어지는 방역조치(보호복 착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병동을 나왔다.

이제 메르스는 거의 잡혀가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와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은 끝으로 말했다. "사명감 하나로 메르스와 48일간 사투를 벌여왔고,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 끝가지 사투를 벌일 국립중앙의료원 임직원 모두를 잊지 말아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