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2015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 문창용 세제실장, 주형환 차관, 한명진 조세정책관)
청년 일자리 늘린 기업 세제혜택…체크카드·현금영수증 공제율↑
'ISA' 도입 등 근로자 재산형성 도모…자영업자·농어민 지원 확대
비과세·감면제도 합리화…역외탈세 방지 등 과세 사각지대 줄여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 충격 등으로 소비가 급감하면서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더욱이 최근 3년간 국세수입 실적이 예산을 하회하는 등 세수기반이 약화되면서 재정여건도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에는 경제가 살아야 세금도 더 걷히기 때문에, 경제활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확장재정 정책에 더해 정부가 선택한 경기부양 카드는 세제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
정년연장(2016년) 의무화 시행 등의 영향으로 청년고용절벽이 현실화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청년 고용을 늘린 기업에게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걸었다. 경제를 견인하던 민간소비가 메르스 여파 등으로 크게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가 몰고 온 소비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체크카드 등에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인상하면서 정책효과를 본 만큼, 재차 세제혜택을 통해 움츠려 있는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15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1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세제혜택 줄테니, 일자리·소비 늘려달라" =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증가(직전 과세연도 대비)한 기업에 대해 1인당 500만원(대기업 250만원)을 세액공제 해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가 신설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시급성 등을 감안해 당장 올해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취업한 청년·고령자·장애인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율도 3년간 50%에서 70%로 인상해 오는 2018년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9만명, 3년간 27만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받는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이연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신규로 5명 이상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세이연 범위를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규창업 뿐만 아니라 사업 확장, 업종 추가 등의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게 했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30%에서 50%로 1년간 한시적으로 인상된다. 올해 하반기, 2016년 상반기 체크카드·현금영수증·전통시장·대중교통 본인사용액이 2014년 사용분의 50%보다 증가한 금액은 50% 공제율이 적용된다.
개별 케이스별로 상이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대략적으로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의 근로자의 경우 70만원 가량을 추가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소비가 보편화된 대용량 가전제품, 녹용·로열젤리·향수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여기에 가구·사진기·시계·가방·보석 등에 대한 과세물품 기준가격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 수출 중소기업의 자금부담 완화를 위해 수입 시 세관에 납부하는 부가가치세를 세무서에 부가가치세 신고 시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현재 수출이 매출의 50% 정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서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합병·분할 등 사업 구조 변경을 통해 생산성 및 재무건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재편에 대한 세제지원도 부여된다. 구체적으로 기업 간 주식교환 시 교환으로 취득한 주식 처분 시까지 이연하고 증권거래세를 면제하기로 했으며, 합병으로 인한 중복자산 처분 시 자산양도차익을 업종 제한 없이 과세이연(3년거치 3년분할 익금산입)된다.
□ 근로자 재산형성 돕고…농·어업 경쟁력 키우고 = 내년부터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교체해 운용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된다. 저금리 시대 근로자·자영업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고 의무가입기간은 5년이다. 계좌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통산하고 만기 인출 시 발생소득 200만원까지 비과세 되며, 초과분은 9%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또한, 중소기업 핵심인력의 장기재직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이 지급하는 성과보상금(내일채움공제)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가령, 급여 4000만원 중소기업 근로자가 매년 10만원을 기금에 납입(매월 24만원 회사 불입)했다고 치자. 이후 세제혜택이 적용됐을 때 108만원의 세금이 감면, 5년 후 성과보상금 실수령이 1931만원에서 2039만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로 인해 타격을 받은 음식점업 사업자에 대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특례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매출액에 따른 공제한도도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농어민의 원활한 영농승계를 위해 영농상속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하고, 영농자녀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대상에 ‘축사용지’도 포함하는 등 축산농가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 무늬만 법인차 세금 철퇴…"과세사각지대 줄인다" = 내년부터 법인이 구입한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그동안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 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이른바 '무늬만 법인차'로 둔갑시켜 사실상 탈세의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우선 승용차 관련 비용(감가상각비, 유류비, 보험료 등)의 50%을 인정하되, 운행일지 등을 통해 사용비율만큼 추가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업로고를 부착한 차량의 경우는 운행일지 등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100% 비용이 인정된다.
적용 대상은 모든 법인이며, 개인사업자는 복식부기의무자에 한해 적용하되, 제도시행 첫 해 임을 감안해 직전년도(2015년) 성실신고확인대상사업자에 한해 적용된다.
종교소득 과세체계도 정비했다. 현행 사례금 중 한 항목으로 규정한 종교인의 소득을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규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소득수준에 따라 필요경비율을 20~80%로 차등해 누진 공제하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 종교단체가 원천징수하지 않은 경우 종교인이 신고·납부해야 한다.
경마·슬롯머신 등에서 발생한 당첨금 등에 대한 과세범위도 확대되며, 경마 등의 장외발매소 입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두 배 인상된다.
고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매입자납부특례 대상에 철스크랩을 추가시키기로 했다. 현재 금지금·고금·금스크랩·구리스크랩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대상 범위도 현행 체납국세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며, 신고가 면제되는 국내거주 요건을 2년 중 1년 이하에서 2년 중 183일 이하(6개월)로 강화하는 등 역외탈세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 국세·지방소득세 세무조사 일원화 등 납세절차 개선 = 납세자 부담완화를 위해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국세와 공유하고, 국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세무조사는 국세청으로 일원화된다.
부가가치세 확정신고기한이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경우에도 매입세액공제가 허용된다. 세금계산서 지연수취에 따른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다. 현재는 과세기간 내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경우에 한해 매입세액공제가 허용되고 있다.
또 대기업이 특정 사업연도에 과도하게 이월결손금 공제를 받지 않도록 연간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당해연도 소득의 80%)를 신설하기로 했다. 개인의 비사업용 토지 양돗에도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최대 30%)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적용범위를 명확화하고, 개별 예시규정의 과세요건을 정비하기로 했으며,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수혜법인 주주의 이익에 대해 증여로 의제로 증여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이 밖에 물납대상 세목을 축소하고, 물납요건에 금전납부 가능 여부에 판단 기준을 추가해 물납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으며 내국인이 외국인투자기업의 해외모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등 우회투자를 하는 경우 조세감면 제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 등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과 함께 수출·투자활성화, 기업구조조정 뒷받침을 통해 경제활력을 강화하겠다"며 "이와 함께 근로자·자영업자의 재산형성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민생안정을 세제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