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차량의 '세금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뒤늦게 세법을 고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정부안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법인자동차 관련 세법개정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정부안보다 '수위'가 높은 관련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모습이다.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경비처리 제한이 없는 정부안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기국회 세법논의 과정에서 업무용 차량의 경비처리 상한액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법인·개인사업자 명의 업무용 차량의 취득 및 임차(리스) 경비처리(손금산입) 한도를 1대당 3000만원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소득세법 개정안(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업무용 차량의 사적사용 방지 차원에서 정부안과 방향성은 같다.
정부는 지난 8월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감가상각비, 유류비, 보험료 등)의 50%를 인정하되, 운행일지 등을 통해 사용비율만큼 추가 인정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 후 사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무늬만 법인차'로 둔갑시킨 행위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다. 또한 기업로고를 부착한 차량의 경우에는 운행일지 등 작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100% 비용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업무용 차량 구입비에 대한 한도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실효성 있게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정부안의 규제 수위가 낮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캐나다는 3만캐나다달러(약 2700만원) 미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 이하에서만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상한액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손금산입)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도 업무용 차량 1대당 4000만원 한도 내에서 업무용 차량 구입비를 회사 경비로 인정하는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무제한적 손금산입 한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 세법심의 과정에서 업무용 차량 필요경비 인정액의 상한선이 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업무용 차량의 대다수가 수입차인 점을 감안할 때, 한도 없는 차량구입비에 '과도하게 세제혜택을 준다'는 지적도 제도 손질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도 업무용 차량의 경우 구입비용(유지비 등)에 대한 무제한 경비처리 한도를 고수하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 차원에서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상한선을 정해 규제하자는 목소리에 표면적으로 수긍하는 모습이다.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을 제한하면 고가의 수입차량에 대한 차별로 인식돼 '통상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업무용 차량 비용기준을 얼마나 세게 할 것인가가 초점"이라면서 "현재 국회 차원에서 업무용 차량 규제와 관련한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의견들을 취합해서 제도 시행 첫 해인만큼 좋은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