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블랙홀 '법인 업무용 차량', 인정기준 까다로워진다

고가 승용차를 회사의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사적용도로 사용하면서 국고(國庫)의 손실을 야기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가 보완책을 내놨다.

적용대상 차량, 비용인정 기준 등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규정을 손질해 줄줄 새는 세금을 틀어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15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1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혜택 다 받고, 버젓이 사적 이용 =  현행법은 법인명의 업무용 자동차에 대해 구입비와 유지비를 전액 필요경비로 인정, 영업이익에서 제외해준다. 차량 구입·유지비가 사업비용으로 처리되면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내야 할 법인세 규모도 축소되는 것.

하지만 업무 용도로 사용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회사 임직원이 필요 이상의 고가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 혜택은 다 받아먹는, 부지불식간 국고를 침탈하는 도덕불감증이 만연한 이유다.

이에 정부는 업무용 적용대상 차량을 부가가치세법상 매입세액 불공제 대상 승용차로 한정했다. 경차, 승합차,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은 제외된다.

업무 관련비용은 감가삼각비, 임차(리스)료, 유류비, 보험료, 수선비, 자동차세, 통행료 등으로 규정했다.

비용 인정기준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 가입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세무서에 해당차량을 업무용으로 신고 등), 승용차 관련비용의 일정 비율은 인정하되, 운행일지 등을 통해 추가적인 업무용 사용비율이 입증될 경우에만 해당 비율 만큼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기업·사업자 로고를 부착한 승용차는 100% 비용이 인정된다. 단 탈부착식 방식은 제외되며 국세청장이 정한 일정 규격이상의 로고를 부착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취득가액 3000만원의 업무용 승용차로부터 연간 12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경우, 보험가입 등 일정 요건을 갖추고 로고가 부착된 차량은 1200만원을 전액 비용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보험가입 등 일정 요건은 갖추었지만 로고가 부착되지 않은 승용차의 업무사용비율이 80%라면 960만원을 비용 인정 받는다. 로고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이 보험가입 등 일정 요건만 갖추고 업무사용비율을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50%(600만원)만을 비용으로 인정 받게 된다.

로고미부착, 보험 미가입 차량이 업무사용비율마저 입증해 내지 못하면 비용이 전액 불인정 된다. 

아울러 모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법인 명의 승용차는 관련비용이 전액 손금불산입되며, 개인사업자 명의 승용차는 업무사용비율 입증시 일정금액을 한도로 사용비율만큼만 비용이 인정된다.

법인의 경우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손금불산입된 금액은 귀속자에게 소득 처분, 소득세가 과세된다.

업무용 승용차의 악용을 막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이미 상당수 제출된 상황이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업무용 자동차의 취득이나 임차에 들어간 비용의 손금산입 한도를 4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영업용 및 친환경 자동차를 제외한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법인세법 손금산입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일정액 이상의 승용차를 취득하거나 빌리는 비용을 원칙적으로 영업비용으로 치지 않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2013년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이 차량의 배기량과 취득가액에 따라 손금산입 상한선을 달리 두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지만 통상협정문제로 무기한 계류 중인 상황이다.

□ 감가상각 비용 인정 받고, 매각 시 차익은 과세 no? = 한편, 개인사업자가 취득한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이중 혜택 문제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업무용 승용차는 업무에 활용할 경우 감가상각비를 통해 비용으로 인정 받고 추후 중고차로 매각할 경우 매각차익은 과세되지 않고 있어,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감가상각비를 통해 필요경비로 산입한 부분은 중고차 매각시 장부가액에서 차감, 적정한 매각차익을 산정해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과세대상 소득은 매각가액에서 매각시 세무상 장부가액을 뺀 값에 필요경비에 반영한 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여기서 매각시 세무상 장부가액은 감가상각비 한도초과로 필요경비 부인된 유보금액 등을 포함한 가액이다.

필요경비에 반영한 비율은 감가상각누계액에서 비용 부인된 감가상각비 합계액을  제외하고, 이를 차량 취득가액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비용 부인된 감가상각비는 가사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분류되는 감가상각비로, 가사용으로 부인되는 금액이 있는 경우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 중 감가상각비가 먼저 부인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적용대상은 2017년부터 복식부기의무자에 한해 적용되지만, 제도 시행 첫해 임을 감안해 직전년도(2015년) 성실신고확인대상자는 2016년 이후 매각하는 자동차부터 과세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