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8일 제52회 세무사 2차 시험이 치러진 서울 모처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한 세무사 업계 관계자는 "미래가 불확실한 수험생에게 불안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지적한다.
제52회 세무사 2차 시험이 지난 8월8일 치러진 가운데,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사이에서 '괴담(怪談)'이 퍼지고 있다.
35점 배점의 '세법학 2부' 부가가치세법 부분에서 20점을 넘기는 수험생이 드물고, 이로 인해 당초 예상치 못했던 세법학 2부가 과락률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세법학 2부 과목은 일반적으로 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조세특례제한법 4개 세목으로 분류되고 총 100점 만점에 각각 35점, 20점, 25점, 20점으로 점수가 배분된다. 수험생들의 일반적인 점수 취득 전략은 부가세와 개소세에서 최소 30점 이상을 획득, 과락을 면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시험에서 세법학 2부의 부가세와 개소세에서 점수 얻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부가세 35점 만점에 20점 넘는 사람이 드물어 세법학 2부에서 60% 수준의 과락이 예상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한 수험생이 인터넷에 남긴 댓글이 발단이 됐다.
◆…'카더라'의 시작 = 지난 3일 모 인터넷 수험생 카페에 남겨진 댓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수가 이번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이라고 밝힌 한 수험생은 교수가 1차 채점한 결과 세법학 2부 부가가치세 부분에서 20점을 넘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 세법학 2부 대량 과락설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이번 시험의 출제위원 중 한명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수라고 밝힌 그는 "교수의 말에 따르면 1차 채점 결과 세법학 2부 부가세 부분에서 20점을 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실관계 여부가 불분명한 이 댓글에 대해 모 수험생은 "작년 세무사 시험은 회계학 2부와 세법학 2부에서 과락을 면한 사람들로 합격생을 걸러냈다는 말이 있었다"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출했다.
다른 수험생은 "세법학 2부에서는 부가세와 개소세에서 점수를 많이 얻어야 과락을 면할 수 있다"며 "이번 시험에서는 부가세와 개소세에서 점수 얻기가 어려워 세법학 2부에서 과락 한 수험생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그밖에 여러 수험생들도 이번 괴담에 대해 불안감을 표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러한 '대량 과락설'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이러한 괴담을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해온 측면이 있었다.
지난 2009년 세무사 시험의 주관이 세무사회에서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넘어가면서 1차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졌는데, 이로 인해 늘어난 응시자를 걸러내기 위해 2차 시험을 어렵게 내 소위 말하는 '과락장'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세법학을 어렵게 내 과락률을 높인다던지, 세무공무원 출신이 비교적 취약하다고 알려진 회계학 2부를 쉽게 출제한다던지 하는 소문은 항상 존재해 왔다.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세무사 업계와 늘어만 가는 세무사 시험 응시자들이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더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모 세무사 업계 관계자는 "본래 불안감은 수험생들이 짊어져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며 "세무사 업계의 사정은 더욱 안좋아지는데도 취업난이 심각해 세무사 시험을 보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그런 루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