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세무사가 된 젊은 세무사들도 한때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공부에 매진하던 '수험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도 수험생 시절에는 세무사 시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제도상 불합리함을 고치고자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한 순간 그동안 느끼고 목소리 높였던 시험제도의 불만을 더 이상 얘기 하지 않게 되는 듯 합니다. 오히려 기득권의 편에 서서 이제는 합격생을 줄이자는 의견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짙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세무사 시험은 몇 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해야 겨우 합격할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험 입니다. 때문에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수험생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수험생들은 과연 세무사 시험에 대해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문제점 1. "문제 수 늘려야···세무사 시험은 '찍기 시험' 아니다"
세무사 시험 합격자들은 보통 회계학 과목 점수가 세법학 1, 2부의 평균점수보다 10점 가량 높습니다. 즉 회계학이 2차 시험의 당락을 결정짓는 '잣대'가 된다는 것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재무회계의 경우 모 강사의 수험서 기준으로 34개 챕터에서 2문제가 출제되고 원가관리회계의 경우 16개 챕터에서 2문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광범위한 출제 범위에 과목당 2문제만 출제가 되다보니 최근 기출 문제를 제외하면 출제예상부분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명 '찍기'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한 수험생은 "2차 시험 회계학 1부의 경우 문제수가 많지 않아 나올 것 같은 챕터만 공부한 수험생도 대박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적정 수준으로 문제수를 늘려 포괄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붙는 시험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수험생은 "시험제도를 회계사 시험처럼 많은 부분에서 출제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세법학도 세목 당 한 문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재무회계도 그 넓은 범위에서 고작 두 문제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며 "재무회계는 나올 것만 잘 골라내도 합격의 성패가 갈릴 정도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수험생은 "처음에는 세무공무원들에게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세무사 자격증을 주고자 한 취지에서 문제 수를 적게 만든 것"이라며 "시험의 경쟁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수험생들에게는 문제 수가 적은 것이 공정성을 저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점 2. "비용 아끼려 달랑 하루만 시험보나"
수험생들은 세무사 시험의 문제수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시험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운영기관의 '꼼수'라고 말합니다.
2차 주관식 시험을 보는 국가고시나 자격시험은 대부분 시험을 이틀 이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운영과 수험생들의 입장을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한 수험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1시간30분씩 4교시의 시험을 한 번에 보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며 "회계사 시험처럼 이틀에 걸쳐 시험을 보도록 해야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수험생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면 바로 다음 시험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각 시험 시간마다 좀 더 여유롭게 쉬는 시간이 배정 되어야 한다"며 "회계사처럼 이틀에 걸쳐 시험을 운영해 수험생들의 체력적인 부분과 시험 준비 부담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점 3. "답안지 열람 제도 뜯어 고쳐야"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 회계학 1부 과락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 수험생은 자신이 예상한 점수와 35점 차이가 나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답안지 열람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산업인력공단에 찾아가보니 내가 작성한 답안지만 볼 수 있었다"며 "채점이 된 답안지도 아니고 단지 내가 써놓은 답안지만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수험생이 작성한 답안지와 정답지, 그리고 채점 답안지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방식으로는 채점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확인 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점 4. 난이도 조절 필요···"시간 내 풀라고 출제한 건가?"
세무사 시험 회계학 1부나 세법학 과목들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회계학 2부 문제는 1시간30분이라는 시간동안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4문제를 다 풀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문제의 크기가 크고 소문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무사 학원의 한 회계학 2부 강사는 "세무사 2차 시험의 회계학 2부 과목은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없게 출제를 하고 있다"며 "수험생들이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게 시험 시간을 늘리거나 문제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출제된 회계학 2부 문제들을 보면 10년 넘게 강의해 온 강사들조차 시간 내에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점 5. "과락률 너무 높다"
다른 국가 자격시험의 과락률은 최근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지만 세무사 시험은 매년 과목을 바꿔가며 높은 과락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락은 어느 한 과목에서라도 40점을 맞지 못할 시 발생하는 결과입니다. 즉, 다른 과목 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1과목을 40점 밑으로 맞았다면 자동으로 불합격 처리 되는 것 입니다.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의 과락률은 회계학 1부 49.76%, 회계학 2부 75%, 세법학은 1부 33.17%, 세법학 2부는 62.23%였습니다. 수험생의 상당수가 과락으로 불합격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수험생은 "지난해 회계학 2부와 세법학 2부의 과락률은 믿기 어렵다"며 "국가고시가 과락률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수험생들은 평균점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 과락만 피하면 합격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문제점 6. "시험장소 좀 바꿔주세요"
세무사 수험생들이 제기하는 시험의 문제점 중 또 하나는 '시험장소' 입니다.
일반 대학교에서 시험이 진행되는 회계사 시험의 경우 수험생들이 편의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지만 세무사 시험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험을 보는데 가장 중요한 책상과 의자가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적합한 크기이기 때문에 덩치가 큰 수험생들은 하루종일 불편한 자세로 시험문제와 씨름을 해야하는 고역을 겪게 됩니다.
한 수험생은 "세무사 시험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책상이나 의자가 청소년들에 맞춰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성인들이 하루 종일 앉아 있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며 "책상이 덜컹거려 수험표를 책상 다리에 받치고 시험을 본적도 있다"고 불평했습니다.
다른 수험생은 "중·고등학교 화장실은 대변용 위생도기가 수세식인 경우도 있고 화장지도 비치 되지 않아 불편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어 "한 여름 2차시험을 보는데 냉·난방 시설도 열악했다. 노후화된 시설이라 에어컨의 성능이 많이 떨어진 탓인지 찜통 교실에서 부채질을 하며 시험을 치렀다"며 "회계사 시험처럼 환경이나 시설면에서 시험보기에 편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시행하는 것이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