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를 신용카드로 내는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를 문제를 두고 국세청이 수년째 '뭇매'를 맞고 있지만 법 개정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2008년 국세 신용카드 납부 제도가 도입됐지만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도 높은 수수료율로 납세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건별 200만원 이상의 국세에 대해 1.5%의 납부대행수수료를 내야만 했다.
납부 건당 최소 3만원의 납부대행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은 신용카드사와의 협상으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 1%, 체크카드 0.7%로 인하됐지만 이를 둘러싼 납세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팽배하다. 자동차세나 주민세 등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경우에는 수수료가 없지만 유독 국세에만 납부대행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하는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올해 상반기 들어 급증하는 등 수수료율 인하 요인이 뚜렷한데도 신용카드사가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용카드 국세납부 규모는 2011년 1조2967억원에서 2012년 2조1644억원, 2013년 2조6225억원, 2014년 3조1168억원으로 증가하다가 올해 상반기 6조800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신용카드 국세납부 규모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신용카드 납부대행수수료도 증가해 2011년 155억6000만원, 2012년 216억2000만원, 2013년 262억2000만원, 2014년 311억6000만원, 올해 상반기에는 476억원에 달했다.
납세자들의 주머니에서 매년 수백억원씩 빠져나간 돈이 카드사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10일 열린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 때도 불거져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납부대행수수료가 없는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세의 경우 카드사가 40일 이상 해당 자금을 현금서비스 등의 재원으로 사용한 뒤 지자체 재정으로 입금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법상 국세는 카드로 납부하더라도 바로 국고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지방세와 같은 신용공여방식을 택하기 어렵다.
국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국세도 신용공여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다만 이번 국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만큼 국세청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때 열릴 조세소위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용카드사도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만 수수료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