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위기, 현대기아차엔 기회

대중차 경쟁자의 몰락..도요타 리콜사태처럼 반사이익

세계 1위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은 현대·기아차에게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글로벌 차시장에서 친환경 이슈가 갈수록 중요해지는만큼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나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9~2010년 차 가속페달 결함으로 700만대 이상을 리콜한 도요타 사태 때 수혜를 봤었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와 현대기아차가 모두 대중차 브랜드이기 때문에 한 업체의 몰락은 다른 업체에겐 기회가 된 것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리콜사태를 발판으로 미국시장 점유율을 2010년 7.7%에서 2011년 8.9%로 끌어올렸다.

폭스바겐 역시 대중차 브랜드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에겐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아반떼와 스포티지, 쏘나타 등은 골프와 티구안, 파사트와 동급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어 이번 사태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 내부에선 미국시장 보다는 중국과 유럽 등에서의 판매증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올해 3.5%로 8위에 그치지만 중국과 유럽에선 각각 25.1%와 10.4%의 점유율로 모두 1위다. 현대차 관계자는 “폭스바겐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우리에겐) 좋은 여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막연한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게 되면 당장 가솔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차가 다시 인기를 얻게되면 이 분야가 주력인 미국 회사들과 일본 회사들의 공세가 상당할 전망이다. 가솔린차 시장에서 치열할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시장에선 디젤모델 차량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폭스바겐의 점유율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으론 국내시장에서 유럽 디젤차의 선풍적 인기로 디젤라인 강화를 추진하는 현대기아차의 현재 전략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배출가스 검증강화 등 정부 환경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경우 자동차 업계가 디젤차 라인 강화 전략을 일부 수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친환경차 개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가솔린차에 주력하면 어느정도 점유율 회복(상승)이 가능할 것이다”면서도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커질텐데 일본 도요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닛산도 전기차 공급에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