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과는 다르게, 사실상 상당수의 비과세·감면제도가 일몰기한 없이 방치되어 있어 조세지출 평가에 대한 미비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조세지출제도 국내외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약 33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조세지출제도 215개 항목을 운용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일몰이 없는 항목은 80개로 감면액이 21조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몰도래 항목 위주로만 조세지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조세지출감면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들이 제도적 보완 없이 단순 연장되고 있다는 소리다.
일몰 규정이 없는 조세지출제도로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3조561억원) ▲보험료 특별공제(1조9917억원) ▲근로장려세·자녀장려세(1조9303억원) ▲8년 이상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면제(8086억원) 등이 있다.
보고서는 "조세지출에 대한 평가나 관리가 대체로 일몰도래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 일몰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조세특례 사전평가 및 사후평가 제도를 감안하더라도, 신규 제도가 일몰규정 없이 도입되는 경우 현행 제도상 사전평가만이 가능하고 사후적인 관리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조세지출 항목 모두 일몰 도입…정책목표별 일몰기한 차등 적용"
이에 보고서는 모든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예외 없이 일몰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지출의 경우 매년 예산 또는 결산 시에 사업별 평가가 엄격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폐지 또는 조정되고 있으나, 조세지출은 제도 도입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반면 평가나 정비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조세지출의 경우 정책 목표를 감안해 일몰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단기적 정책 목표에 따라 도입된 조세지출의 경우 제도의 운영이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현행 대다수 일몰 규정이 있는 제도와 같이 2~3년의 일몰 주기를 둬야 한다고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자녀양육비 추가소득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의 항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책 목적이 중·장기적인 성격을 갖는 제도는 일몰 기한을 4~7년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R&D비용 세액공제, 농어촌 지원을 위한 농·어업용 석유류 간접세 면세, 농·축산·임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등을 장기적 운영이 필요한 조세지출제도로 꼽았다.
조세지출 정비에도 국세감면액 크게 안 줄어
정부가 조세지출 정비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국세감면액은 크게 줄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2010~2012년 동안 일몰이 도래한 194개의 조세지출 항목(감면액 18조5000억원) 중 80%에 해당하는 155개의 항목의 일몰이 연장됐다. 연장액으로는 17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세감면액도 2012년 33조4000억원에서 올해 33조1000억원으로 3000억원 가량의 감면액만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는 급격한 조세지출의 증가를 막는데 유효할 뿐 국세감면액의 감소 유인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조세지출 도입목적을 한정해 조세지출 항목 수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다수의 선진국도 조세지출 도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6년 발표된 연방내각결정에 따라, 신규 조세지출 도입시에는 경제 안정화와 에너지 전환 이행 등으로 목적을 한정했다. 일본이나 네덜란드도 법적으로 조세지출액 규모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으나, 정부 자체적으로 조세지출 총액을 제한해 운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