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친박 "야당 프레임" vs 김무성 "전혀 사실 아냐"
야 "이제와서 딴소리…친박의 딴지 걸기"
여야 양당 대표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잠정합의와 관련해 여당 내 반발이 심상치 않자, 협상 당사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여당 일각의 반발에 대해 비판하며 협상 마무리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잠정합의와 관련해 친박계가 '친노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서자 "새정치연합의 공천안과 다른 새로운 안"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 아래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으로 새로운 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 안은 양당 공식기구에서 토론해서 거부될 수도 있고 더 좋은 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안심번호제에 대해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안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런 오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 기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휴대전화로 여론조사 하려고 오래전부터 시행된 일반화된 기법"이라며 "이는 KT에 근무하던 권은희 의원이 개발했고, 우리 당도 지난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 청년위원장 선거 등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관위에서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기하고자 지난 2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냈고 우리 당은 권은희 의원이 이 법을 냈다"면서 "이 개정안이 정치개혁특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일 추석연휴 기간 중 부산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서 회동해 내년 총선 룰과 관련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잠정합의했다.
안심번호제는 정당이 당내 경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모집하거나 여론조사를 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가상의 임시전화번호로, 기존 여론조사 경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여주는 방안으로 거론되어 왔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소위는 지난달 25일 이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29일) 열린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를 향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2004년 총선만 빼고 그 후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전승(全勝)했는데, 전패(全敗)한 야당의 손을 들어준 격"이라며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친박계의 반발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친박계의 반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연휴 기간 김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비해 동원경선의 폐단을 없애고 비용을 크게 줄이는, 훨씬 합리적인 국민공천제"라며 "새누리당 일각에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정개특위에서 조속한 법안을 마련해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또한 "아울러 양당이 더 논의하기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선거연령이나 투표시간 연장, 수 개표 신뢰성 강화방안에 대해서도 조속한 합의를 새누리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편차 때문에 농어촌 의석이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계해 논의해야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국민의 염원이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개혁을 내부의 권력투쟁과 기득권 때문에 좌초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의 딴지 걸기는 국회 정개특위합의안, 선관위안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이런 중립적 방안을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 자신들 이해관계 때문에 거부한다는 것을 국민께 알려서 어려운 점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중지를 모아 선거법 개정안을 이제부터라도 완벽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신인과 여성, 청년, 장애인 가산점에 대해 법적 근거를 꼭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또 안심번호 도입과 역선택 방지 관련 규정 등 이미 합의된 사항에 대해 조속히 입법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의 합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논의가 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