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에서 주관하고 있는 세무사 시험은 과거 국세청 산하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주관했었습니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이 많은 특성상 시험의 공정성 시비가 계속 제기되어 왔고, 이에 세무사 시험의 운영주체가 변경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무사 시험은 아직도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입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문제점 7. "투명한 시험 출제, 채점 프로세스 공개 필요하다"
□ 출제, 선정 과정 공정성 문제
시험의 생명은 바로 '공정성' 입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출제된 문제라야 시험을 치르는 이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납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무사 시험의 경우 국가공인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공정하게 출제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출제위원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합숙을 하지 않고 각자 개별 연구실에서 별도의 통제없이 문제를 출제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세무사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문제의 사전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출제를 주관하는 공단은 이러한 지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단의 출제부서 관계자는 "세무사 시험은 시험위원들이 출제할 때 당연히 합숙을 한다"며 "예전부터 수험생들은 세무사 시험 출제 시 합숙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0% 잘못된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시험 출제 위원으로 섭외된 교수 연구실에서 문제를 출제해 문제 은행식으로 사전에 출제된 문제를 받기는 한다"며 "문제은행식으로 여러 교수님들한테 문제를 받는 것이지만 그 문제를 그대로 출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참고자료로 받는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리 받은 문제를 다시 합숙 과정을 통해 수정하고 출제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사전에 받은 문제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받는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만약 참고자료로 낸 문제가 채택이 될 경우 그 교수가 출제위원으로 들어오지 않고 아예 분리되어 합숙에 못 들어온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출제 시 합숙을 하더라도 일단 참고자료로 받은 문제를 수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세무사 시험은 문제 유출 가능성을 100%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지적입니다.
한 수험생은 "참고자료로 받은 문제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문제를 다시 출제한다고 해도 문제란 것이 물어보는 핵심이 있고 틀이 있는 것인데 많이 수정하기는 어렵다"며 "2차 수험생들은 문제 형식만 익숙해 있어도 상당히 유리한데 지금의 방식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불평했습니다.
이어 "참고자료로 받는 과정을 생략하고 합숙이란 과정을 통해 처음부터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참고자료로 제출 받은 문제를 얼마냐 바꾸느냐는 전적으로 교수들의 재량"이라며 "참고자료를 받아서 출제위원, 검토위원, 모의 시험요원(세무사)이 문제를 만드는 정밀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세한 출제프로세스 공개는 보안상 밝힐 수 없다"며 "시험 출제 시 항상 합숙을 진행하고 있고 인원도 많고 합숙기간도 길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세무사 모의위원은 각 과목 별로 4명씩 동차로 합격한 사람들 중 고득점자이면서 고령자가 아닌 사람 기준으로 총 16명을 선발합니다.
일단 공단 측은 먼저 해당자에게 전화로 참여 의사를 묻고 상대방이 수락 시 위촉장을 수여합니다. 그리고 해당 세무사는 위촉장을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 제출해 휴가를 얻어 합숙소로 향하게 되고, 합숙기간은 보통 4박5일이라고 합니다.
위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1일 15만원 정도로 통장으로 입금되고 차비는 별도로 지원 됩니다.
합숙은 부산에 있는 공단 건물에서 진행 됩니다.
이곳은 출제용으로 지어진 건물로 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하는 다른 시험들도 이곳에서 합숙을 통해 시험문제 출제를 하게 됩니다. 건물 내에는 숙소(2인 1실)와 식당이 전부 구비되어 있어 모의위원은 합숙기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시험 출제 모의위원을 경험한 모 세무사는 "합숙기간 중 밖에 못 나가는 것은 기본이고 내부에서 컴퓨터도 못하고 외부와 연락 가능한 행위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보면 된다"며 "심지어 식사준비 하러 들어온 사람들도 합숙기간 중에는 밖으로 못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합숙소에 처음 들어올 때 보안장비를 통해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입구에는 보안요원들이 항상 배치되어 있다"며 "건물 창문도 막혀 있고 밖으로 종이도 던질 수 없다. 명색이 국가시험인데 허술한 부분은 못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합숙소로 들어온 모의위원들은 모의고사를 보게 되는데, 공단은 그들의 점수를 매기고 평균 점수를 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모의위원의 실력 평가가 끝나면 위원들은 출제된 시험문제를 풀어 난이도를 점검하고 출제 된 문제의 오류여부, 일선학원의 문제와의 유사성 등을 검토합니다.
한 모의위원은 "교수들은 모의위원 보다 합숙소에 먼저 들어와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출제가 거의 완료된 시점에 모의위원들을 통해 난이도를 평가하고 오류 검토 작업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험 전날 오전까지 계속해서 출제된 문제에 대한 오류 검증과 오타 작업을 진행하고 확정된 문제들은 인쇄를 한다"며 "인쇄가 시작 된 이후에는 교수들과 모의위원은 딱히 할일이 없지만 실제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계속 합숙소에 머문다"고 전했습니다.
또 "수험생 입장으로 문제를 풀기만 할 때는 몰랐지만 출제 과정을 지켜보니 교수들도 시험문제 낼 때 수험생의 입장도 고려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일 토론하고 출제하느라 고생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시험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오류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모의위원은 "교수들도 수험생 입장 생각하면서 너무 어렵지 않게 출제하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찾아 내지 못한 오류나 난이도 조절이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를 출제한 위원은 채점도 함께 진행하게 되는데요. 채점기간이 채점 후 확인 작업을 포함 해 보통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공단은 출제위원을 선정할 때부터 채점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위원을 모집합니다.
현재 제52회 세무사 2차 시험은 채점을 마친 상태고 채점위원 당 수험생 약 4500명의 답안을 채점했습니다.
세무사 시험의 채점은 출제 시 합숙을 통해 진행된 것과는 다르게 휘경동에 있는 공단 채점실에서 진행됩니다. 채점실은 1인 1실은 아니고 공단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시험의 채점위원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단의 채점 담당 관계자는 "세무사 시험은 채점 시 합숙을 진행하지 않고 교수님들이 시간 날 때 마다 공단을 방문해 직접 채점하고 퇴근하는 형식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채점위원이 채점 할 때 원본답안지를 채점 하지만 답안지에 직접 채점하는 방식은 아니다"며 "수험생들의 답안을 보고 채점표에 점수를 직접 적는 분리채점 방식이라 복사해서 채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수험생의 답안지를 여러 명이 검토하면서 채점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출제한 교수만 채점하는 것이고 공단 직원들은 단지 채점된 점수를 합산 검토만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공인회계사시험 회계제도실 관계자는 "회계사 시험 채점은 합숙을 통해 진행하고 인쇄 작업도 직원들이 직접 인쇄소로 가서 인쇄업자와 합숙 인쇄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목별로 교수님들을 섭외해서 출제위원으로 모시고 검토위원, 관리위원등을 합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시험문제 출제를 위해 합숙에 들어간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점 8. "2차 답안지 채점 기준 공개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무사 수험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대목이 2차 시험 답안지 채점 기준의 모호함입니다.
현재까지는 세무사 시험은 채점의 일반원칙을 수험생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원리에 충실한 공부를 하지 않아 안타깝고 기본적인 내용의 정리가 가장 중요하다" 정도의 간단한 채점 평만 알려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고 합니다.
공단 관계자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서 출제위원은 채점 기준까지 함께 출제한다"며 "채점 기준은 수험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지만 채점은 출제 교수가 만든 표준배점표에 따라 진행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어 "채점기준에는 부분채점 기준과 항목별 배점 기분이 있다"며 "부분 점수 부여 여부는 문제나 문항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원의 강사들도 답안지 채점 기준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수험생들에게 알려 주지는 못합니다. 단지 교수들의 기분에 최대한 맞추는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세무사 학원의 한 강사는 "2차 시험의 채점 기준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답안 작성 시 원 단위 까지 최대한 적어주는 것이 채점에 유리하다"며 "세무사 시험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위(백만원 등)를 적고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지만 이 방법을 교수들이 얼마나 좋아 할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제의 답만 적는 것보다 계산 과정을 다 적기에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모든 계산 과정을 답안지에 적어 주는 것이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에 유리하다고 채점위원으로 들어간 교수에게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수험생은 "문제의 총합계를 묻는 문제에서 부분이 틀려 총합의 정답이 틀렸을 경우 부분 점수는 주는 것인지, 아니면 0점 처리 되는 것이지 등의 기준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만약 정답이 틀리면 부분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다면 시험시간이 부족하니 차라리 다른 문제를 푸는 것이 합격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수험생은 "물음에서 분개 하라고 출제 했을 때 문제에 총액법 분개하란 말이 없으면 순액 분개가 가능한지 여부 등 세세한 부분도 공지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