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수출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지원 편중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 건전성 악화, 조선3사에 대한 부실 지원 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 수출입은행, '대기업 지원 앞잡이' 비난 폭주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서비스, 친환경에너지, 해외자원개발 등의 사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에 우대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지원을 지적했다.
그는 최대 0.3%까지 인하되는 대출금리와 100%까지 확대되는 대출한도를 지적하며 대기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제세 의원은 또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말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대기업 지원 몰아주기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수은은 2015년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26조5000억원의 금융을 공급할 방침이라고 했으나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 실제로 혜택이 주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현재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이 매우 힘든 만큼 정책금융의 화수분 역할을 자처하는 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더 이상 대기업의 대출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수출입은행법에 수출입은행의 업무를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과 해외진출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대기업에 매년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법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덕훈 은행장은 "대기업에 국가 전략 사업 대부분이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부실기업 대출·보증지원으로 수출입은행 부실화
수출입은행은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지원으로 부실화를 야기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받았다.
오제세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부실 보전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혈세로 지원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 당시 여신 잔액은 총 1조3334억원인데 현재까지 508억6000만원이 손실됐고 회수액은 124억8000만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역시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른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올해 2조4437억원으로 2011년 5797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며 수출입은행의 부실을 꼬집었다.
이어 "성동조선의 경우 올해 5월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다음달 3700억원의 운영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5년간 수은이 부실채권을 최종 상각처리 한 비용만 5095억원에 달해 채권관리 부실이 직접적인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나빠지면 정부 출자 등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구조조정기업을 조기에 정상화해 채권을 적극적으로 회수해야 한다는 것.
한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부실대출로 경영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기업이 중견건설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남기업에 대한 부실대출 규모가 큰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대출 당시 정치적 편향성과 대출심사에 있어 부실이 있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손실이 나고 있는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를 수은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부실 지원을 해 한국의 조선 산업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덕훈 은행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잘못됐지만 사실 복합적인 관계가 있다"며 "계속 수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은이 제 역할을 못 해 한국의 조선 산업이 망가졌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조선 3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나 국제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 분식회계로 거짓 당기순익 기록
수출입은행은 분식회계로 2년간 1200억원 이상의 거짓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 동안 분식회계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1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대규모 손실을 감췄다"며 "수은이 모뉴엘·경남기업·성동조선 등 대규모 부실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각각 597억원과 6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아닌 당기순이익에서 차감이 되지 않는 대손준비금 적립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하면 2013년도 수출입은행의 당기순이익 597억원은 영업을 잘해서 남긴 이익이 아니라 무배당과 대손충당금 적립 축소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대손준비금과 무배당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의 2년간 당기순손실은 최소 221억원에서 최대 371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출입은행이 1486억원에서 1636억원의 실적 부풀리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김영록 의원은 "사상 최악의 경영지표 악화와 대규모 부실에도 수출입은행이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수출입은행의 영업력이 아니라 바로 회계 꼼수"라고 지적했다.
